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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편제> 프레스콜 “선택한 길을 끝까지 나아가는 의지의 표현”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7-09-07 3,890
3년 만에 네 번째 공연의 막을 올린 <서편제>가 지난 9월 5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프레스콜을 열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해외 공연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불참한 이소연을 제외한 전 배우가 참석해 ‘살다보면’, ‘철없는 혈기’, ‘세상의 왕’, ‘다른 소리길’, ‘나의 소리’ 등 잘 알려진 넘버들을 하이라이트로 시연했다. 

 

방송인 김생민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이지나 연출,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김문정 음악감독과 이자람, 차지연, 강필석, 김재범, 박영수, 서범석, 이정열 등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이지나 연출은 이번 공연의 주제로 “인물의 의지”를 강조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기가 선택한 길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면서 결국 승화시킨다”는 예술혼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가장 보고 싶었던 것으로 표현했다. 부족한 재능이 얼마나 인간을 강하게 하는지 생각이 많았던 최근 고민의 반영이었다. 원작자인 이청준 작가도 “작품을 쓸 때 어떤 경지에 이르기까지 노력을 얼마나 하는가에 대한 것이 화두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드러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서편제>는 판소리가 주제이자 소재일뿐, 극 전반을 이끄는 음악 장르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 선입견이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느끼고 예술인으로서 자기 반성을 하게 되는 작품”인 것을 <서편제>가 사랑받는 이유로 꼽으며, 관객들에게 애정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면서 윤일상 작곡가의 음악과 역동적인 군무와 연출을 즐겨주십사 당부했다. 

윤일상 작곡가는 <서편제>를 놓고 “제가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작품이 날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 말했다. 이것이 창작진과 많은 배우들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네 번째 공연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처음 만들 당시부터 애착이 많았다며, 故 조왕연 대표가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광화 작가는 <서편제>가 2017년을 살아가는 현재에도 통용되는 것의 이유로 ’한(恨)‘을 꼽았다. 한민족은 발산하지 못하는 응어리가 있지만 풀어내지 못한 채 수용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서편제>를 보고 울게 되는 건 신파적이거나 구슬픈 노래 때문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지 못했던, 풀어내지 못한 상처(’한‘) 같은 보편적인 코드가 있어서 공감하게 되고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생각을 꺼냈다. 



이자람과 차지연은 초연부터 <서편제>에 참여해온 배우다. 3년만의 공연인 만큼 기분도 남다를 터. 이자람은 “오랜만에 어벤저스가 모여서 하는 느낌이라 반갑다. 지난 시간과 이번 시간이 같이 만나서 슬픔도 기쁨도 같이 가는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차지연도 “공연장에 직접 와서 더한 감동을 느껴달라”며 “행복하고 감사하다. 끝나는 시간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자람은 초연부터 국악 감독도 맡고 있다. 이 직책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조언을 주는 사람이 필요해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소리‘로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었는데 “음악에 맞는 노래를 하라”는 것이 그의 답이었다. 판소리가 아니라 ‘뮤지컬’ <서편제>이기 때문에. 

차지연도 국악과 인연이 깊다. 외할아버지가 고법북 인간문화재인 덕분에 어릴 때부터 모든 일상에 함께했던 것이 북과 소리였던 것. 전공은 타악기(고법북)이지만 평소 소리를 많이 들었던 덕분에 다른 배우들보다는 수월하게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화 역 배우들보다 오빠지만 동생 연기를 하고 있는 강필석은 “이자람은 판소리계를 대표하는 디바고, 차지연은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디바라 너무 다르면서도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이자람의 경우 여백이 많은 연기를, 차지연은 굉장한 폭발력으로 작품을 많이 이끌고 간다고 덧붙였다. 

 

동호 역을 연기 중인 세 배우는 이번이 <서편제> 첫 출연이다. 공연 때마다 가장 변화가 컸던 캐릭터인 만큼 배우들은 연기를 위해 어떻게 접근했을까?

맏형 강필석은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작품이 흘러가는 것에 맞춰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편제> 첫 공연 당시 13년 만에 처음으로 울컥해서 눈물이 나오는 벅찬 감정을 느꼈는데, 그날의 흐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충분히 표현되어서 눈물을 왜 흘렸는지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재범의 걱정은 동호 역이 어린 시절부터 나이든 모습까지 긴 시간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그 순간의 상태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후부터는 그 고민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수는 북치는 것을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다.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송화가 ‘심청가’를 부를 때 동호가 옆에서 북을 치면서 도와주는데 이 장면이 가장 떨린다고. 클라이막스 장면인 만큼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송화의 정서를 느끼고, 얼굴과 입을 바라보면서 북과 혼연일체가 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화의 아버지 유봉 역은 서범석과 이정열이 연기 중이다. 초연부터 이끌어온 서범석은 <서편제>를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선물처럼 드리고 싶은 작품이라 ’애장품‘이라 칭하며 애정을 보였다. 

이번이 첫 참여인 이정열은 20대 때 좋아해서 배웠던 우리 장단을 이제서야 할 수 있게 된 행복감을 드러내며, 서범석이 그간 역할을 잘 만들어와서 따라만 할 수 있어도 성공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서범석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며 이정열이 그동안 유봉 역을 정말 하고 싶어했는데 이번에 ‘인생 배역을 만났다’ 생각했다고 그의 열정을 설명했다. 



<서편제>는 히트곡 제조기 윤일상 작곡가가 참여한 만큼 좋은 곡들이 많다. 마음에 와닿는 넘버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자람은 ‘심청가’라 답했다. ‘심청가’를 부를 때 제일 시원함이 느껴져서라고. 시작할 때 부르는 ‘살다보면’도 좋아해서 차지연에게 “너의 ‘살다보면’과 나의 ‘심청가’가 잘 서있으면 되니까 힘내자”라고 말할 정도로 두 장면을 아낀다고 말했다. 

차지연도 ‘살다보면’을 가장 와닿는 장면으로 택했다. 아역과 성인 송화가 한 공간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며 위안을 줄 때 눈물이 난다며 첫 공연을 할 때 눈물이 차오르는 걸 삼키면서 불렀을 정도로 사랑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강필석은 이자람이 꼽았던 ‘심청가’를 가장 와닿은 노래로 골랐다. 그토록 찾던 누나를 만나서 듣는,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노래이기 때문에 벅차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김재범은 ‘살다보면’이 좋다고 답했다. 어린 송화가 어린 동호를 위로해주는 장면이 뭉클하고 가삿말이 가슴 아프지만 위로도 많이 되는 것 같다고. 



박영수는 초연부터 공연 때마다 객석에서 지켜볼 때는 다른 배우들이 꼽은 ‘심청가’와 ‘살다보면’이 가장 좋았는데 작품을 하면서는 ‘철없는 혈기’가 좋았다고 답했다. 혼자 울고 있는 동호를 송화가 위로해주는데, 동호가 어렸을 때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라고. 누나가 동생을 달래주는 장면인 동시에 관객 분들의 마음까지 달래주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장면으로 꼽았다. 

한편, 네 번째 공연을 맞은 <서편제>에는 이자람, 차지연, 이소연(이상 송화 역), 강필석, 김재범, 박영수(이상 동호 역), 서범석, 이정열(이상 유봉 역) 등의 배우들이 출연 중이다. 11월 5일까지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다음은 창작진과 배우들이 전석 매진 10회시 내건 공약이다.  
 
김문정 음악슈퍼바이저 “(키가 커보이도록 도와주는) 신발을 벗고 아역과 같이 ‘길을 가자’를 한 번 불러보겠다”
조광화 작가 “음치인데 유봉이 부르는 단가 ‘이산 저산’을 끝까지 불러보겠다”
이지나 연출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결혼을 하겠다”
윤일상 작곡가 “10회차 매진이 된다면 넘버 중 한 곡을 다시 쓰겠다” 
이자람 배우 “저의 <서편제> 마지막 공연 커튼콜 때 춤을 길게 추겠다” 
차지연 배우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둘째(아이)를 생각해보겠다”
강필석 배우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10회차 매진이 되면 출연일이 아니어도 뒷문에서 꼭 안아드리겠다”
김재범 배우 “관객들이 돌아가실 때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장구를 치며 ‘’남한산성‘을 부르도록 하겠다”
박영수 배우 “주시는 대로 이행해보겠다”
이정열·서범석 배우 “막 둘이 합의를 봤다. 극 중에서 사랑하는 딸 아이의 눈을 멀게 하는 반인륜적인 나쁜 짓을 하는데 많은 분들께서 공연을 사랑해주신다면 눈이 제일 안 좋으신 분들께 라식 수술을 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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