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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극 속 희망을 쏜다, <블러드 브라더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4-07-04 4,121


2004년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일 당시 함께 했던 연출가 글렌 월포드가 10년 만에 다시 참여한 <블러드 브라더스>의 막이 올랐다. <블러드 브라더스>는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쌍둥이로 태어난 한 형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친구가 되고 의형제까지 맺게 되지만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이야기다.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 등으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이 작곡과 대본을 맡은 작품으로 1983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1만회 이상 공연하며 웨스트엔드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 뉴뮤지컬상, 남녀주연상 등을 수상했고 토니상에서는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지난 7월 1일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는 조정석, 송창의, 장승조, 오종혁, 문종원, 구원영 등 <블러드 브라더스>의 주요 배우들이 참여한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마릴린 먼로', '키즈 게임', '브라이트 뉴 데이' 등 <블러드 브라더스>의 일부 주요 장면들을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연출가 글렌 월포드를 비롯한 주요 배우들이 참석했다. 



첫 공연 후 뚜렷하게 다가온 작품
첫 공연 후 배우들의 느낌이 이렇게 한결같이 같을 수 있을까.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서야 글렌 월포드 연출의 말이 맞았음을 깨달았다고 배우들은 입을 모았다. 연습하면서 그만큼 기존과 달랐던 연출 스타일에 의구심을 갖기도 하고 관객들은 그 부분에 대해 얼마나 공감해줄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탓이다. 첫 공연 후 새롭게 느낀 것들에 대해 배우들은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송창의 두 달 정도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게 연습하는 동안에도 첫 공연에 대한 기대와 설렘과 동시에 관객들과 어떻게 만날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어요. 첫 공을 하는 순간 연습했던 과정들이 행복하게 펼쳐져서 즐거웠어요. (연출) 선생님께서 희망을 담고 즐겨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있었는데 희망을 담고 했을 때 관객들과 많이 소통하는 걸 느꼈고 함께 공연을 달려가는 것처럼 재밌는 마라톤을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공연은 비극으로 끝맺지만 결국은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 부분에서 짜릿한 행복을 맛봤던 것 같습니다. 

조정석 첫 공연 전 날, 내일이 드디어 첫 공연이구나 하는 생각에 잠을 잘 못 이뤘는데 첫 공연 날에는 정말 행복하고 설렌 마음으로 공연할 수 있었어요. 공연하면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관객 분들과 같이 공감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순간이 누구보다 행복하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장승조 글렌 연출님은 각 장면을 책장을 넘기는 페이지에 비유해주셨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의문들이 있었어요. 관객들에게 표현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어떻게 전달될지도 고민을 많이 했고 어렵기도 했는데 첫 공연을 올리면서 그 색깔을이 선명해졌던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더 선명하게 <블러드 브라더스>의 색깔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종혁 저도 첫 공연을 하고서야 연출님이 의도하셨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해가는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는 제가 처음 해보는 연기 스타일이라 애도 많이 먹고 고민도 많이 했었거든요. 관객 분들도 공연을 보시면서 저희가 느끼는 부분을 같이 느껴주셨으면 좋겠고, 저희도 그런 부분을 잘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원영 배우들이 다 비슷한 얘길 하고 있죠. 저희가 다 비슷한 감정이었어요. 개막하고 ‘아…연출님 말이 맞다’, ‘관객들이 우리 기대처럼 공연을 잘 따라와주셔서 기뻤다’라는 두 가지 감정이었거든요. 연출님이 연습 내내 “대사 멀리 던지세요”, “정면 보세요”, “내면 연기 하지 마시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마세요”란 얘길 가장 많이 했는데 저희에겐 낯설었고 싸우기 힘들었던 부분이었어요. 첫 공연을 올리고서야 그것이 다 맞다는 걸 느꼈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게 기뻤어요. 가장 떨렸던 건 관객 반응인데 배우들은 모두 이 작품을 사랑하고 있거든요. 관객들도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함께 이 극을 이끌어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연출님 노트 잘 지켜가며 최선을 다 할 겁니다. 

문종원 아름다움과 삶의 진실 등 정말 많은 것들을 글렌 연출님께서 알려주셔서 감사드리고 있어요. 제가 왜 배우를 하는가에 대한 해답도 이번 공연에서 많이 찾았고요. 배우는 어떻게 보면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랜만에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배우들이 존재할 수 있는 공연을 해서 하루 하루가 기쁘고, 무대에 있는 순간이 고맙습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쌍둥이인 미키와 에디 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유치원생부터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20여년의 시간을 별도의 특수 분장 없이 오로지 의상과 연기 만으로 표현해야 한다. 

송창의 7세 연기에 대한 부담은 다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타임머신이라고 표현해요. 내레이터의 스토리텔링에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에디를 만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는 거예요. 이런 흐름을 따라가면서 어린 아이에 대한 연기보다는 미키의 어린 시절의 성격이나 환경에서 나오는 아이의 성향이나 표현에 중점을 뒀어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무대에서 표현했을 때 재밌었어요. 연출님께서 내면엔 잊고 있었을 뿐 모두 아이의 감성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걸 꺼내면서 스스로에게도 즐거운 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조정석 7살 아이를 연기한다는 건 반칠십(70/2)인 저로서도 부담이 되죠.(웃음) 어린 아이의 감성은 누구나 있다는 연출님의 말을 따라 한창 연습하던 때 엄마랑 밥을 먹고 있는데 어느 순간 7살의 모습이 엄마에게서 보이더라고요. 75살이 되시는 분인데. 중요한 게 뭐고 필요한 게 뭔지가 순수하게 보여지는 순간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느꼈어요. 마냥 어린 아이인 것처럼 연기하는 게 아니라 7살 미키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건 무엇이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작품을 하고 있어요. 

장승조 연습할 때는 어린 아이가 되려고 (의도적으로) 하다 보니까 어른이 어린 아이를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여성스럽기도 하다”, “귀여우려고 한다”란 연출님의 노트를 듣기도 했어요. 어린 아이가 되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상황에 집중하는 진정성이더라고요. 미키 형들하고도 “진짜로 하자”라고 얘기했어요. 흉내내는 순간 장승조가 튀어나오면서 어린 장승조로 보여지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오종혁 저도 승조형이랑 같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에디가) 굉장히 교육을 잘 받은 아이였다는 거예요. 굉장히 엄격하게 예절이나 행동거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아이라 자칫 잘못하면 소극적이고 재미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제 능력으론 표현하고 알아가기가 버겁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에디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끌린 미키와 노는 건데 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에디가) 미키란 아이에게 집중하는 순간 조금 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잇었어요. 연기를 하기보다 미키와 꼭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전율
서로가 형제인지 모르고 살아온 미키와 에디는 마지막에 가서야 서로가 친형제임을 알게 되지만 그 순간 비극을 맞는다. 오종혁은 그 순간의 감정이 떠올라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송창의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거죠.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시의원 에디가 뒤에서 들어오는데 그때 가장 솔직하게 진정성 담긴 눈으로 서로를 바라봐요. 서로를 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저는 그때 미키가 너무 마음 아프더라고요. 에디도 그렇고. 그래서 누워있을 때 둘 손을 포개주는 순간은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아요. 

장승조 연습할 때 이 장면을 (오)종혁 에디가 하는 걸 모니터 하면서 처음 만난 순간, 같이 놀 때, 재회했을 때 등 장면 장면이 눈 앞에서 지나가더라고요.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그게 새롭고 신기했던 경험이었어요. 관객 분들도 그순간 (그동안) 진행되어온 페이지들이 쓱 지나가는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종혁 연습 때는 모든 장면을 장면 별로 하다보니 한 번에 감정이 합쳐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공연 시작해서 끝까지 가면서 마지막에 “너희 친형제였어”란 말을 어머니한테 듣는데 충격이라기보단 친엄마인 존스턴 부인이 너무 밉더라고요. 첫공 때 처음 느끼고 당황했던 경험이었어요. 물론 미키도 “날 보내주지 그랬어. 그랬으면 나도쟤처럼”이란 원망 섞인 말을 하지만. 목걸이도 평생 지켜왔고 사실 엄마라고 (존스턴 부인을) 불러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죽게돼서…



글렌 월포드 연출은 자신을 “축구팀이 있으면 그 안에서 감독일 뿐이다. 팀이 좋기 때문에 좋은 얘기를 듣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우들이 연습 내내 보였던 생각들이 연출에게도 전해졌던 것인지 “개막 때까지도 배우들이 (연출을) 진정으로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연출가로선 정말 답답하기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첫 공연을 하면 다들 알 거라는 강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틀렸으면 어떡하지란 걱정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의도를 잘 이해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객들에 대한 찬사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정말 좋은 관객인 것이 축복”이라며 주로 보는 관객들은 옛날이라 당시 배경을 겪지 못했을 텐데도 잘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며 기침이나 미동도 없이 몰입하고 있는 관객들을 보며 느꼈던 감동을 표현했다.

조정석은 작품 속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되어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보길, 1인10역 이상하는 문종원은 내레이터도 장면마다 다른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니 그런 점도 지켜보면 더 재밌을 거라고 강조했다. 비극임에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찬란한 영광을 말하는 <블러드 브라더스>는 9월 14일까지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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