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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女優)상을 꿈꾸는 캐릭터들

글, 그래픽 | 안시은 | 사진제공 | 악어컴퍼니, 신시컴퍼니, 쇼노트 | 글 | 안시은 | 그래픽 | 안시은 2012-07-20 3,882

<라카지>의 앨빈은 말한다. “가발과 화장을 하면 여러분들도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드랙퀸(Drag Queen)이다. 즉, 여장남자다. 잘 알려진 뮤지컬 <렌트>의 앤젤도 여장을 즐긴다. 이성애자이면서 취미로 여장을 하는 ‘크로스드레서’와는 엄밀히 다른 의미다. 여장의 분류를 떠나서 여장에는 제각기 다른 이유와 사연이 있을 터. 드랙퀸을 하는 게이 혹은 트랜스젠더여서 일수도 있고 작품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고 싶은 일반 남성일지도 모른다.

 


라카지 | 앨빈(&마담 자자)
앨빈은 <라카지오폴> 클럽의 전설적인 여가수, 자자로 드랙퀸쇼를 펼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화려한 드레스와 가발, 화장을 한 드랙퀸이 된다. 게이인 앨빈의 여장은 무대에선 매력넘치는 여가수의 자태를 보여주지만, 아들 장미셀의 상견례 자리에서의 앨빈은 누구보다 엄마답고 여성스러운 여장으로 품위를 자랑한다. ‘로베르또 엠브로까또즈’를 입고 알만한 사람들만 알 법한 보석을 하는 미적 감각으로 마리 딩동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앨빈은 상견례 자리에 참석하기까지 많은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나는 나일뿐 이게 나”라고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앨빈의 모습에서 덧씌워진 편견을 한꺼풀 벗겨내면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 진하게 다가온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함께 지내자”는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정성화(앨빈 역)의 말은 12인의 라카지걸과 자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자코브에게도 유효하다. 무대에 서는 그들은 ‘라카지오폴’에서의 쇼를 끝낼 때 가발을 벗어냄으로써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도 당당하다. 

 


헤드윅 | 헤드윅
한때 한셀이란 이름으로 살았던 한 남자 아이. 그는 미군 병사 루터의 결혼 제의에 따라 여성이 되고자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고 헤드윅이란 이름을 얻는다. 그러나 수술은 불행하게도 성공적이지 못했고, 그의 발목을 잡는 1인치 살덩이가 몸에 남는다. 미국으로 가지만 루터에게도 버림받고, 진정한 사랑이라 느꼈던 토미에게도 1인치 덩어리의 존재 때문에 배신당한다.

자유를 꿈꿨지만 상처받은 영혼이 돼버린 헤드윅. 공연 막바지에 다다르면 가슴 속 토마토를 꺼내 터뜨리고 옷과 가발 벗어던진다. 이용만 당한 채 피해의식을 쌓아온 그가 여자로 보이게 해준 것들을 던져냄으로써 새롭게 태어나 세상으로 걸어나간다. 존 카메론 미첼은 ‘헤드윅’을 통해 특유의 한서린 정서를 흡입력 있게 만들어냈다. 이 작품엔 여장과 반대 접점에 있는 캐릭터도 있다. 이츠학은 남자 캐릭터지만 음역대 때문에 여자 배우가 연기해오고 있다. 남자로서 여장을 하고 살아왔지만 헤드윅의 제안 때문에 여장을 잠시 그만두고 그의 남편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처럼 여장은 이면에 많은 의미와 시선들을 내포하고 있다. <라카지>와 <헤드윅>이 다름을 인정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캐릭터의 살아있는 소리였다면 <시카고>의 메리선샤인과 <헤어스프레이>의 에드나는 다른 이유로 보여지는 여장이다.

 

시카고 | 메리 선샤인
<시카고>의 이브닝 스타紙의 기자 메리 선샤인은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남성으로 설정돼있지만 극후반부 임팩트 있는 순간까지 여장을 한 채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가 왜 여장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뚜렷이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메리 선샤인의 여장만큼 극적 반전을 주는 장면도 없다.

이런 과정을 위해 프로그램 북에도 다른 역할의 배우들과는 달리 ‘메리 선샤인’ 분장을 한 채 프로필 촬영을 한다. 이 역할을 맡아온 배우의 이름은 영문 이니셜로만 표기돼 신비스러운 느낌을 높여왔다. 뮤지컬 넘버에 고음부가 많아 소프라노 영역의 성악이 가능한 남자 배우여야만 하는 고로 캐스팅의 어려움이 존재하기도 한다. 후반부 더 큰 반전을 전하기 위해선 공연 내내 남성임을 들키지 않아야하는 임무도 제대로 수행해내야만 한다.

 


헤어스프레이 | 애드나
<헤어스프레이>에 여장 캐릭터는 없다. 다만 남자 배우가 여자 역할을 연기한다. 주인공 트레이시의 엄마인 에드나 역할은 브로드웨이에서도, 국내에서도 남자 배우가 맡아왔다. 뮤지컬 버전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에서도 인기 배우 존 트라볼타가 이 역할을 연기했다.

<시카고>와는 달리 목소리도 굳이 여성스럽게 내지 않는 등 남자 배우가 연기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애드나의 캐릭터 자체가 스테레오 타입의 여성보다는 괄괄함에 가깝기 때문에 남자 배우가 연기했을 때 표현되는 캐릭터의 맛은 다른 느낌으로 표현된다. 같은 역할도 인지도에 따라 전달되는 코믹함의 정도가 다르다. 그래선지 의도하진 않았지만 국내에서 이 역할은 연예인 출신 배우들이 많이 맡고 있다.

 

 

 

여장하고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네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남자 배우가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힐을 신고 여자의 옷을 입은 채 연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여자로 살아가는 것의 고충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라카지>의 정성화는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김다현의 분장에 사람들이 칭찬하자 여자의 감정을 느끼고 질투를 했고, 스타킹의 민망함과 불편함, 속눈썹의 고통을 느끼며 아름다워지는 것의 어려움을 체감했다. 김다현은 “여장하면서 여자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헤어스프레이>의 공형진과 안지환도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은 속눈썹을 느끼며 여자가 돼봐야 알 수 있는 불편함과 고충을 실감했다. 이토록 힘든 과정을 거쳐 작품 속 여장을 완성시키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여장을 하는 캐릭터의 인생에,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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