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을 기반으로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의 영감을 더해 만들어진 오스트리아 뮤지컬이다. <엘리자벳>과 <모차르트!>의 콤비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와 미하엘 쿤체 극작가가 참여해 2006년 세계 초연되었다.
<레베카>는 극중 내레이터 ‘나(I)’가 등장해 극의 전개를 이끈다. 막심과 ‘나’의 로맨스, 댄버스 부인과 ‘나’의 미스터리한 갈등이 주축으로 그려진다. ‘나’가 댄버스 부인에게서 벗어나 주체성을 확립하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레베카의 죽음의 미스터리도 해결되어 간다.
<레베카> 한국 공연에서는 바닷가 절벽과 맨덜리 저택, 몬테카를로 호텔을 표현한 무대, 세트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영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해외 공연 포스터에선 맨덜리 저택에서의 댄버스 부인의 뒷모습이 배경일 만큼 댄버스 부인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역을 연기하는 두 배우 옥주현과 신영숙은 상반된 강점으로 매력을 뽐낸다.
지난 17일에 열렸던 프레스콜에서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은 “10대 때 가장 영감을 많이 받았던 소설이 <레베카>”였다며 역시 원작 소설을 좋아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를 설득해 뮤지컬을 만들게 했던 르베이의 아내와 소설의 특별함에 대해 얘길 나눈 일화를 들려줬다. 미스터리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 흔치 않은 상황에서 이 미스터리를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소회하면서 무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보다도 재미있는 영상적인 장면을 많이 가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준상은 맏형으로 리더십을 보여주며 “삼막심이 혼연일체가 되어 즐겁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류정한은 같은 역을 연기하는 유준상과 오만석의 외모를 칭찬하며 피부과도 다닌다고 털어놓는가 하면 오만석 덕분에 즐거웠던 연습실 분위기도 자랑했다. 40대 막내로 10년만에 같은 배역 막내를 해본다는 오만석은 두 선배 배우 덕에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댄버스 부인이 조연이지만 색깔이 짙어 더 탐났다는 옥주현의 악역 변신도 눈길을 끈다. 연기 변신을 위해 특별히 도움받은 세 가지도 공개했는데 ‘죽음, 소설, 책’이다. 옥주현의 출연작인 <엘리자벳>에 등장하는 ‘죽음’은 ‘엘리자벳’이란 뮤즈를 두고 맹목적이면서도 끊임없는 사랑을 보낸다. 여기서 레베카를 향한 댄버스 부인과 닮은 점을 착안했고, 원작 소설을 통해선 작가가 쓴 댄버스 부인의 걸음걸이, 자세 등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읽으면서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공연 전에는 영감을 얻는 것처럼 주문을 거는 기분으로 친구에게 선물 받은 <레베카> 소설 미국 첫 카피본을 항상 보는 등 공연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레베카>의 메인테마곡 ‘레베카’의 주인공인 신영숙은 넘버의 매력을 귀에 쏙 들어오는 소리라고 꼽았다. “같은 멜로디지만 ‘사랑의 레베카, 승리의 레베카, 위엄의 레베카, 배신의 레베카’로 변주되면서 다른 색깔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이 메시지가 있는 멜로디를 가슴에 담고 나가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I)’ 캐릭터가 중심에서 다른 역할들과 접점이 생기는 역할인 만큼 이 역을 연기하는 임혜영은 다른 역할들과, 또 배우들과 만나면서 생기는 정서적인 감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원작 소설과 영화도 보면서 이미지의 도움을 받고 극을 유기적으로 끌어가는 목표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밖에 최민철, 에녹, 이경미, 최나래, 이정화, 선우재덕, 정의갑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레베카>는 3월 3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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