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협회 측의 입장 표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지고 뮤지컬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그러나 이번 협회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두 가지 면에서 생각을 달리한다. 첫 번째는 일련의 사건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가 상처를 입고 만신창의가 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가해자는 조광화 연출이 아니라 최민우 기자라는 생각이다. 조광화 연출의 창작 뮤지컬 제작 환경의 열악함을 호소한 수상 소감 낭독으로 잔치 자리가 되어야 할 분위기가 냉각된 것은 사실이다. 공동 책임을 호소하던 소감문에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고 자신을 비난하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자리가 뮤지컬계인들이 모이는 축제 자리라면 그들의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토니 어워즈에서는 수상자가 전쟁을 일으킨 부시를 비난하는 성명을 수상 소감으로 발표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광화 연출의 소감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뮤지컬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조광화 연출의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겠지만 문제제기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더 뮤지컬 어워즈가 뮤지컬인들의 고민을 숙고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진정한 뮤지컬인들의 축제 자리로 의미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최민우 기자의 ‘최악차악’ 기사는 다르다. 본인이 주최하고 주관하는 시상식이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골라내는 어워즈라고 그것도 공식적인 지면을 통해 발설하는 용기는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골라내는 어워즈에 어느 누가 참여하고 싶고 어느 누가 수상한다고 영광으로 생각하겠는가. 어워즈의 수상과정이 그러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이었던 조용신 연출가 역시 그런 과정은 아니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부인했다. 그러므로 더 뮤지컬 어워즈가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되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최민우 기자에게 책임이 있다. 조광화 연출이 원인 제공을 했다는 측면은 있으나 둘의 과오를 같은 량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두 번째 생각을 달리하는 지점은 “이미 두 분은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찬반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협회는 이를 해석하고 판정하는 곳이 아닙니다. 협회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교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때 협회의 결정이 됩니다. 협회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라는 부분이다. 협회가 특정 개인의 의견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명한 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대립은 입장 차이가 있고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처럼 다양하고 객관적이며 경험 많은 분들이 모인 단체에서 그것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지금까지 협회가 해왔던 성과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지금까지 해온 노력 이상을 바라는 욕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 이외에 협회원 개개인의 억울함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이번 협회 표명이 최민우 기자의 기사의 진위를 따져야 할 일을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입장 표명으로 변질된 것 같아 아쉽다. 문제 자체가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협회가 나설 이유도 없었다고 본다. 나섰다면 조광화 연출이 문제제기한 기사의 진위를 밝혀주는 것이 협회가 해야 할 일이지, 둘다 잘못했다고 당사자도 이해하지 못하고 객관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꾸지람을 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뮤지컬계 어워즈 수상 소감으로 인해 현재 협회 의사 표명까지 이루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고 싶다. 조광화 연출가의 수상 소감이 문제제기한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독립운동 하듯 창작뮤지컬을 만든다는 환경적인 이야기였다. 기자들이든, 업계 선배들이든,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든 그동안 창작뮤지컬을 성장시키는 데 너무 소극적이거나 외면한 바가 있어, 그 짐을 창작 스태프들이나 제작자가 떠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본적인 취지는 뮤지컬계인들이 으싸으싸 해서 창작뮤지컬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이후 전개되는 양상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나 역시도 조광화 연출의 발표문에서 문제제기는 공감은 하지만 모든 것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지점들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좀 더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최민우 기자의 기사로 이어지면서 기사의 진위 문제로 변질된 것은 무척 아쉽다. 애초에 조광화 연출이 고심 속에 수상소감을 읽은 취지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후의 논의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으나 덜 감정적이고 더 발전적인 방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뮤지컬 편집장 박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