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오는 4월 19일부터 5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뮤지컬단 창작뮤지컬 <더 트라이브(THE TRIBE)>를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유물 복원가 조셉과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춤을 추며 등장하는 고대 부족(tribe)과 얽히는 기발한 소재의 창작 신작이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차마 커밍아웃 할 엄두를 못 내고 엄마의 결혼 강요로 억지 소개팅을 보러 다니는 남자 주인공 조셉, 프리랜서 작가로 궁극적으로는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은 계약 직전에 늘 엎어지는 현직 백수이자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있는 여자 주인공 끌로이, 이 둘이 중심이 되어 펼쳐는 이야기다. 현실과 판타지를 빠르게 넘나드는 유쾌한 서사, 아프리카 리듬을 기반으로 한 통통 튀는 뮤지컬 넘버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창작 초연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졸업독해를 거쳐, 2022년에 공연예술창작산실 뮤지컬 대본 공모에 선정되었다. 지난 해 낭독 워크숍을 거치는 등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들을 거쳤다.
전동민 작가는 프랑스 파리 여행 중 찾았던 비서구권 지역 초기 문명 유물이 전시된 퀘 브랑리 박물관에서 작품의 배경이 될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같은 판타지적 설정에 등장할 고대 부족이라는 존재는 미국의 한 의사가 호주 오지의 부족을 만나 겪은 일을 쓴 『무탄트 메시지(Mutant Message Down Under)』라는 책의 도움을 받았다. 초고는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정해가는 과정을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그렸지만 '나 다움'에 대한 묵직한 주제를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접근해보기로 하면서 현재의 대본으로 탈바꿈했다. 속 마음을 숨길 필요 없이 텔레파시로 모든 소통이 가능한 부족이 춤추고 노래하는 설정이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임나래 작곡가는 유쾌한 드라마를 음악으로 한층 더 밝고 에너지 넘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마다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사용해 극의 다이나믹을 더했다. 조셉과 오드리 두 사람의 엄마들이 자녀들을 결혼시키기 위한 작당모의를 하는 장면에서는 왈츠를 사용해 엄마들의 로망을 재밌게 표현했고, 조셉과 끌로이를 괴롭히는 인물들이 이들을 압박할 때는 탱고의 리드미컬한 호흡을,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기주장을 펼칠 때는 신나는 폴카음악으로 표현한다. <더 트라이브>의 음악의 가장 주요한 테마라 할 수 있는 고대 부족의 음악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반복적이고 단순한 코드, 싱코페이션(syncopation: 당김음) 리듬을 사용해 주요 라인을 만들고 이를 드라마 상황마다 변주해 재미를 더한다.
조셉 역은 강찬과 김범준이, 끌로이 역은 서유진, 김이후가 맡는다. 이 밖에 서울시뮤지컬단의 신대성, 고준식, 정선영, 이승재 배우와 김아영, 서예림, 임소라, 조희수 배우가 부족을 비롯한 멀티 배역으로 출연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작년에 단계적 작품개발과 단원 역량강화를 위해 단원들과 함께 낭독공연을 진행했는데,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음악과 재기발랄한 이야기의 매력에 모두가 빠져들었다"며, "중년 여성들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다시, 봄>,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든 <멕베스>에 이어 MZ의 감성을 한껏 담아낸 <더 트라이브>를 통해 서울시뮤지컬단 레퍼토리의 내용, 형식, 대상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 나가겠다"고 작품의 선정 배경을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서울시뮤지컬단은 단원들과 함께 작품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둔 <다시, 봄> 사례가 있다”며 “이번 작품도 민간 뮤지컬 제작사와 차별화된 창작 뮤지컬 개발 및 진흥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