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온 뮤지컬 <할란카운티>가 오늘(25일) 한전아트센터에서 프레스콜 행사를 열었다.
<할란카운티>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된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담은 바바라 코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할란카운티 USA>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1976년 미국 중남부 켄터키주 광산 마을 할란카운티를 배경으로 광산 회사의 횡포에 맞서는 노동자의 투쟁과 노예제 폐지 후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별 대우를 받는 흑인 라일리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위해 북부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을 그린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회전 무대와 영상을 활용해 작품의 몰입도를 더했고, 할란카운티 노동 운동을 이끄는 존 역의 넘버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과 유병은 연출가, 강진명 작곡가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새로운 프로덕션을 맞아 크고 작은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유병은 세트가 이전보다 커졌고, 턴테이블 무대를 활용해 갱도 내부의 현장감과 역동성을 표현했다. 드라마적으로는 존의 서사를 추가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에는 대사도 많이 줄였고, 노래 사이 대사도 가사로 압축하면서 러닝타임도 10분가량 줄였다. 제목도 <1976 할란카운티>에서 <할란카운티>로 간략하게 바꿨다.
안재욱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목이 '할란카운티'이기 때문에 할란카운티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흑인 노예 라일리의 이야기와 더불어 광부의 삶과 노예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부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쟁하는 광부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그 무리를 이끄는 존의 역할이 커졌다.
강진명 노래는 1막 마지막에 존과 배질이 서로의 신념을 말하는 '승리를 위해'라는 넘버와, 존의 솔로 넘버 '시작'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전에는 존의 아내 나탈리, 여성 광부 엘레나 캐릭터의 서사가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유병은 존의 서사가 늘어나면서 나탈리의 용기가 존이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따로 수정된 것은 없지만 나탈리의 의미는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엘레나는 할란카운티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광부이다. 지난 공연까지는 그가 광부라는 것이 대사로만 표현되었고, 1막 끝에 추방당하며 2막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엔 엘레나도 함께 곡괭이와 삽을 들고 일하고, 갱도에 뛰어들어 동료를 구하는 등 여성 광부로서의 서사를 추가했다.
라일리는 흑인 노예면서 청각 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연기를 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김륜호 얼마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박은빈 배우가 "다름이 틀림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라일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청인의 언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 라일리는 자신의 언어로 대화하고, 남을 돕고, 소통하고 사랑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인물을 구축했다.
안세하 라일리는 어떤 역경이 있어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인물이다. 다 똑같은 언어이기 때문에 수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히 힘들지는 않았다.
전 시즌에 이어 다시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가 많다. <할란카운티>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건명 사랑을 얘기하는 뮤지컬은 많다. 정의와 자유, 평등을 말하는 뮤지컬은 사랑을 전하는 작품에 비해서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를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저하지 않고 뛰어드는 편이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정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1976년에 일어난 일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노동, 인권 등 오늘날에도 유효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유병은 정의는 어떤 모습인지, 정의는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인지 궁금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존, 배질, 다니엘, 모리슨은 모두 광부이지만 각자의 정의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프랭크라는 인물이 가장 와닿는다. 이겨낼 수 없을 때 포기하고, 좌절하고, 대세를 따르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 용기를 내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정의에 대해 강요하기 위해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관객분들도 보시고 직접 판단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