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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질주하는 욕망에 던지는 질문"…연극 <파우스트> 제작 발표회

글·사진 | 이참슬(웹 에디터) 2023-02-21 1,328

 

연극 <파우스트>가 오늘(2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파우스트>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독일 작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원 캐스트로 공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악마와 계약하는 노학자 파우스트 역에 유인촌, 악마 메피스토 역에 박해수,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젊은 파우스트 역에 박은석, 젊은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 역에 원진아가 캐스팅되었다.

 

이날 제작 발표회에는 양정웅 연출가와 네 명의 주연 배우가 자리했다. 아래는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유인촌 배우는 1996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텔레스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수년이 지나 파우스트 역을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유인촌 파우스트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지성을 가졌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열망한다. 나이도 많고 업적도 많은 인물이라 어렵지만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박해수 배우는 요즘 '넷플릭스 공무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체 활동이 활발하다. 연극 무대에 5년 만에 돌아왔는데, 복귀작으로 <파우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해수 그동안은 무대보다 매체 작품에 내가 할 몫이 있었던 것 같다. 무대 생각이 간절할 때, <파우스트>가 찾아와줬다는 느낌이 든다. 괴테의 세계관, 대본 안에서 동료들과 함께 의미를 파헤치고 그 안에서 놀아보고 싶다. 내게 필요한 작품이었다.

 

제48회 동아연극상에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은 적이 있다. 상을 주던 선배와 한 무대에 서는 소감도 남다를 것 같다.

박해수 감히 말하면 유인촌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화술 연기를 보여주신다. 선생님의 첫 리딩을 들었을 때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공부해 보려고 조용히 녹음도 했다. (웃음) 선생님 덕분에 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계속 느끼고 배우고 있다.

 

박은석 배우는 대선배인 유인촌 배우의 젊은 모습을 연기하게 됐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박은석 유인촌 선생님이 연습실에서 처음 리딩하는 모습을 보고 언어의 힘을 느꼈고, 발성과 발음이 말맛을 낸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와 우리말을 다시 배우고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부분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옆에서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원진아 배우는 이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원 캐스트로 참여하는데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없는가?

원진아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극 대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서 무대에서 하는 연기는 어떨지 궁금했다.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심이 생겼고, 선배님들과 함께할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참여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하고 2주 가량은 대본 공부를 했다. 원작이 고전 문학이다 보니 시적인 표현도 많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공부했다. 무대를 완성하는 과정 안에서 선배님들이 힘을 주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셔서 감사하다. 무대에서도 이 힘을 발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어떤가?

유인촌 후배들이 제가 선배라고 오버해서 이야기한다. (웃음) 이렇게 세대가 다른 배우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요즘은 특히 그렇다. 지난번 <햄릿> 공연을 할 때 젊은 배우들, 나이 든 배우들이 어울려 작업을 한 기억이 굉장히 좋았다. 이번에도 같이 작품을 하면서 서로의 관점도 다르고 표현 방법도 다르지만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배우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파우스트』는 끊임없이 변주되는 작품이다. 연극 <파우스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양정웅 비극 제1부를 중심으로 학자 파우스트의 비극과 그레첸의 사랑으로 구성했다. 원작 전체를 공연하면 5~6시간 정도 되는데, 길이를 줄이면서도 원작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문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이전 후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첫 기획 연극이라 대극장만의 스펙터클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고전 『파우스트』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박해수 고전에는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평행선상에 있는 관계 이상으로 수직선으로 깊은 고민이 놓여있다. 연기를 하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해 연출님이나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 무대에서 고전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이 재미있다. 처음 『파우스트』를 읽었을 때 악인이 악인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요즘 시대는 선과 악이 불분명한 지점도 있다. 메피스토가 악마답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양정웅 『파우스트』는 인간이 가진 욕망의 질주를 담은 작품이다. 끝없이 세속적이고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욕망에 대한 질문과 화두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시기에 가장 필요한 연극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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