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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말하는 인생”…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연극 <레드>

글·사진 | 이참슬(웹 에디터) 2022-12-28 911

 

연극 <레드>가 오늘(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레드>는 '씨그램 빌딩 벽화'에 얽힌 마크 로스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작품은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으로, 세대의 충돌, 예술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레드>는 2011년 국내에 초연하여, 올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마크 로스코 역의 유동근, 정보석, 켄 역의 강승호, 연준석과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김태훈 연출가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태훈 연출가는 2011년 <레드>의 조연출로 시작해 2013년부터 전 시즌 연출을 맡고 있다. 이번 시즌 공연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는가?

김태훈 연출가 <레드>는 텍스트가 가진 강렬함이 있다. 본질에 충실하면서 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정보석 배우는 세 시즌 동안 마크 로스코 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가?

정보석 공연을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후회하면서도, 못 이룬 사랑 같아서 또 하게 된다. 헤어지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데 막상 공연을 하면 골머리가 아프다. <레드>는 내가 배우로서 얼마나 많이 부족한지 깨우쳐 주기 때문에 늘 자극이 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예술을 소재로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작품은 우리가 살면서 내가 터득한 진실과 진리가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누구나 결국 과거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관객이 공감하는 지점인 것 같다.

 

유동근 배우는 30여 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3주 먼저 연습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고. 오랜만에 무대에 선 소감이 어떤가?

유동근 아직도 얼떨떨하다. 2019년에 정보석 씨의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대사가 참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우연히 대본을 본 것이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박명성 대표가 용기를 줬고, 고민 끝에 참여하게 됐다. 젊을 때 극단 생활을 했지만, 늘 무대에서 청소하고 심부름하기 바빴다. 이번 연극은 내게 첫 아이의 탄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각각의 마크 로스코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상대의 연기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정보석 사실 유동근 형님이 하시는 걸 오늘 처음 봤다. 제가 연습을 할 때 형님도 일부러 피해주셨다. 자신에게 빠지는 게 아집이 될 수도 있지만 온전히 내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자기 삶과 예술의 진리를 찾는 과정이다. 내가 그리고 싶은 마크 로스코는 허점을 용서하지 않을만큼 자기 삶에 철저하고 치열한 사람이다. 처음 <레드>를 했을 땐 마크 로스코의 예술적 고민을 따라갈 수 없어 괴로웠다. 지금은 로스코의 고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내가 로스코가 되어 주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오늘 형님 연기를 보면서 그 사이에 로스코를 만들어낸 것 같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유동근 공연을 하면서 보니 각 배우가 생각하는 인물에 대한 표현 방식이 있다. 정보석 로스코에 부러운 면도 있다. 양복을 입었을 땐 너무 부럽더라. (웃음) 마크 로스코가 가진 비극, 삶에 대한 희로애락의 파장이 너무 커서 거기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인 사람, 인간 로스코를 표현하고자 했다.

 

 

강승호, 연준석 배우도 켄 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특히 연준석 배우는 긴장을 유독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연준석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첫 공연 때 긴장을 많이 했다. 아직도 무대에 서기 전에 긴장이 된다. 매일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신경쓰고 있다. 유동근, 정보석 선생님은 워낙 대선배이고 어른이라 처음 뵙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두 분이 각자 다른 스타일로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편한 분위기에서 연습했다. 선생님들께서 예술과 철학에 대한 생각을 얘기해 주셔서 작품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이라는 게 어렵지만 작품을 하면서 더 알고 싶어졌다.

강승호 다른 작품보다 이번 작품이 연습 기간도 길고 시도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무대에 섰을 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공연 날 생각보다 긴장했다. 관객분들과 소통하는 지점이 많아 오히려 좋은 자극을 받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극 중 형광등을 켜는 장면이 있다. 무대와 객석 전체에 불이 켜진다. 연습실에서는 상상만 했는데, 극장에서 그 장면을 했을 때 처음 느끼는 감정이 들었다. 관객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레드>는 2인극이지만 제작비가 높은 작품으로 알고 있다. 수익 창출이 중요한 민간 제작사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품을 꾸준히 올리는 동력은 무엇인가?

박명성 대표 연극이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가 되기 쉽지 않다. <레드>는 작품이 가진 힘도 대단하지만 여섯 시즌 동안 좋은 배우들이 함께해서 작품의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했던 것이 장점이다. 연극을 하는데 제작비는 아끼지 말자는 주의다. 관객에게 풍요로운 무대를 제공하고, 좋은 배우가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의도가 결국 오래 사랑받는 연극을 만드는 것 같다. 주위에서 신시컴퍼니는 뮤지컬만 하지 왜 연극을 하냐고 많이 묻는다. 나의 철학은 연극을 잘 만드는 팀은 뮤지컬도 잘 만든다는 것이다. 연극을 하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좋은 연극을 만들었다는 찬사를 들었을 때는 용기가 나고 연극을 더 만들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연극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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