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가 27일 유니플렉스 1관에서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음악을 모티브로,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19세기 러시아에서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 세계를 지키기 위한 예술가들의 고뇌와 연대를 담은 뮤지컬이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대표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오네긴'의 서사와 멜로디가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대학로에서는 최초로 9인조 오케스트라로 연주된다.
이날 행사에는 차이코프스키 역의 에녹, 박규원, 안나 역의 김소향, 최서연, 세자르 역의 테이, 안재영, 알료샤 역의 정재환, 오네긴 역 장원석, 타치아나 역 조은진, 클라라 역 곽나윤, 프리츠 역 홍기범, 허강녕 대표, 황두수 연출가, 이진욱 작곡가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차이코프스키를 소재로 작품을 만든 계기가 무엇인가?
허강녕 대표 이 작품은 3년 전부터 기획됐다. 베토벤을 소재로 한 뮤지컬 <루드윅>을 하면서 음악이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좋아했고, 작품을 만들게 되면 함께 감동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통해 그의 인생과, 그가 관계를 맺는 인물들을 통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찾고자 했다. 대학로에서 9인조 오케스트라를 사용하는 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 극적으로 더 풍성하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계획을 하고 있다. <루드윅>이 중국, 일본에 수출된 것처럼 이 공연도 그렇게 해나갈 계획이다.
뮤지컬에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녹여내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이진욱 음악감독 대가의 음악을 만지는 게 심적으로 부담이 크다. 굉장히 훌륭한 음악에 흐름이 끊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고민이었다. 배우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차이코프스키 음악 뒤에 배우들을 비춰보며 선율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은 배우들이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장르인데, 그 부분에 있어 배우들과 이야기하며 인물을 탐구했고 영감을 받았다.
작품 속 인물을 표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에녹 구성상 차이코프스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중요하다. 이 작품은 다른 인물들을 받쳐주고 들어주고, 관계 설정을 잘함으로서 완성도가 짙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 공연하고 있다.
박규원 차이코프스키는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환상적인 세상 속에 숨은 유약한 인물이다. 그런 안쓰러운 인물이 안나를 만나 변화하고 치유받는 과정을 차근히 표현하려고 했다.
김소향 작년에 창작산실에 이 작품을 제출하면서 '작은 꽃'이라는 노래의 "내 향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내 마음의 희망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이라는 가사에 너무 감동했다. 이 노래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김소향으로서, 안나로서, 이것만큼은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
최서연 안나는 기득권보다 민중의 마음을 대변하고, 사회 안에서 옳은 것을 향해 나가고자 하는 면모를 가진 시인이다.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멋진 여성이지만 전쟁과 시대적 상황으로 핍박받는다. 차이코프스키를 만나 그에게 음악을 다시 쓰라고 하면서 함께 길을 찾고, 어떤 핍박에도 나만의 시를 쓰고 말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말하는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안재영 세자르라는 인물이 오로지 주인공의 가는 길을 방해하는 악역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원작자도 세자르도 원치 않는 현실 때문에 압력을 받아 그런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를 원했다. 나라와 민족만 외치던 인물이 전쟁을 마주하고 후회하고 느끼는 인물로 설정했다. 두 주인공이 가는 길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깨닫고 한 걸음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신경 썼다.
테이 세자르를 악역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세자르가 가장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나와의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순수한 면이 있길 마련이다. 세자르도 음악가지만 시대를 이해하고 쓰임을 고민하는 어른의 역할이다. 빌런을 만들기보다 (세자르를 통해) 3자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정재환 알료샤는 처음엔 차이코프스키의 뮤즈로 시작했다. 마냥 뮤즈로 남기에는 부족해서 이루지 못하는 마음을 극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순애보적이고 감정적으로 차이코프스키와 교류가 있었다는 걸 전달하고자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다. 알료샤는 뮤즈보다는 영혼의 단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이코프스키가 알료샤를 잃었을 때 음악을 포기할 정도였다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가 오늘날 관객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황두수 연출가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부정당한 이후로 내성적으로 자신을 가두고 환상 속으로 도망쳤다. 그에겐 창구가 음악이었다. 누구에게나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결여가 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다들 비슷한 결여가 있고, 그것을 그려내고 싶은 환상이 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차가운 시대에 살면서 각자 다른 신념과 절망을 안은 인물들이 서로 위로가 되고 한 시대를 겪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위안이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