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정한이 프로듀서로 처음 선보였던 <시라노>가 8월 10일 개막을 앞두고 지난 7월 31일 광림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연습 현장을 처음 공개했다. 시연에는 프로듀서로 참석한 류정한을 제외한 전 출연진이 참여해 '록산', '누군가', '완벽한 연인', '만약 내가 말할 수 있다면', '안녕, 내 사랑', '마침내 사랑이', '그의 입술이 닿은 나의 이야기', '가스콘 용병대' 등을 선보였다.
<시라노>는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쥬락』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신념의 남자 시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라노는 독설을 내뱉고 검객으로 난폭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랑 만큼은 순수하고 따뜻한 인물이다. 국내에선 2017년 초연했다.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류정한 프로듀서는 <시라노> 초연을 제작하며 느낀 점을 들려줬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의미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어릴 때 꿈꾸던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 제작에 나섰지만, 하면서 힘든 일들을 많이 겪으면서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고. “행복하려고 한 일인데, 대한민국에서 뮤지컬 한 편을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배웠다고 했다.
그는 “<시라노>를 하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많은 위로와 용기, 잊고 지낸 사랑에 대해 많이 담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꺼냈다. “<시라노>는 요즘 감성인 레트로에 맞는 작품이다. 편지를 쓰면서 진심을 담는다. 그런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사랑이야기지만 시라노의 신념과 정의를 보시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많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시라노>의 의미를 짚었다.
이번 공연에선 김동연 연출이 참여해 변화를 이끈다.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배우들과 연습하고 있다”는 김동연 연출은 원작이 담고 있는 여러 주제나 아름다운 부분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해석도 가미해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영상을 새롭게 도입하고, 원형 회전무대를 활용해 공간감을 더욱 표현한다. 새로운 곡을 추가하고 일부 장면도 수정한다. 김동연 연출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얘기해 보니 “본인이 시라노인 것처럼 마음을 담아 곡을 써서 작품에 애정이 많더라”고 전했다. 수정하려는 방향에 대해서도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동의해서, 일부분 수정했다고 했다.
김동연 연출은 “원작이 고전이라 한 장소에서 여러 사건이 전개되는데, (이 부분을) 요즘 뮤지컬 기법에 맞춰 배경을 바꾸고, 가스콘 대원들이 빵집에서 노래하던 것을 부대에서 훈련받으면서 부르는 것으로 바꿨다. 전쟁 장면이나 크리스티앙과 시라노가 함께 부르는 노래도 더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고 설명했다.
시라노 역으로 류정한, 최재웅, 이규형, 조형균이 출연한다. 류정한은 이번 공연에서 시라노를 다시 연기하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안 하려 했다”고 고백했다. 초연을 본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타이틀 롤도 맡고 있다고 했더니 “제 정신이야(Are You Crazy)?”라고 했던 일화를 공개하며, “전 세계에서 프로듀싱을 많이 했지만 대극장 타이틀 롤을 하면서 제작도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만 해도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는 그는 개막 2주 정도가 지나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느끼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에 다시 참여하게 된 것은, 초연 때 연기가 많이 부족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라노 역을 맡은 (다른) 세 배우에 뒤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 욕 안 먹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세 번째 공연부터는 “정말 시라노 역할을 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후 계획되어 있는 프로듀싱 작품에서는 연기 병행은 하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했다고도 했다.
최재웅은 2007년 <쓰릴 미>에서 류정한을 처음 만난 후 인연을 이어왔다고 했다.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때도 이미 어르신이어서 별 차이가 없다. 늙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출신 프로듀서라서 “누구보다 배우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작품 내적인 부분뿐 아니라 외적인 것도 많이 챙겨주신다. 상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다”고 했다.
류정한을 제외한 모든 배우는 <시라노>에 처음 출연한다. 최재웅은 “고전을 좋아해서 흔쾌히 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스마트한 세상인데 대사를 외우고 시를 읊으면서 문학적인 대사를 하니까 좋았다. 요즘답지 않고 낭만적이어서 좋다”고 연습하며 느낀 점을 언급했다. 함께하는 배우들도 선하고 좋아서 재미있게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규형은 “쉽고 친숙하고 재미있게 보시길 원해서 그런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축이 되어) 이끌어 가야하는데,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이자 극복해야 할 점”이라고 했다.
그는 <시라노>가 희비극인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웃길 땐 제대로 웃기고, 후반부에는 진정성 있게 한 인물의 생애를 마무리 짓는 내용이 굉장히 매력있었다”고 작품의 매력을 짚었다.
조형균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앞서가는 시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시라노>는 (반대로) 옛날이야기다. 편지를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데, 배우들은 보통 팬 분들이 편지를 써주셔서 받는다. <시라노>를 하면서 쓸 때 얼마나 공들이고 많은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값진 선물이 편지라는 게 와닿았다”고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을 말했다.
그는 <시라노>는 현대판으로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트라우마 혹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만 생각하면서 사랑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들이 코가 큰 시라노가 보여주는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실제로 현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제작됐다. <시라노>는 tvN D와 합작해 웹드라마 <잘 빠진 연애>에서 작품 이야기를 토대로 현실을 반영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곡들을 다 좋다고 꼽으며 특히 1막 마지막 곡인 '나 홀로(Alone)'가 마음에 많이 남는 곡이라고 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좋은데 힘든 곡이다. 어려운 곡으로 텅 빈 무대를 혼자 채워야 하는데, 감정선이 쌓이면서 시라노가 처음으로 원박하고 폭발하는 장면이 흐름과 잘 어우러져서 연습할 때 유독 남는다”
김동연 연출은 한 배역에 네 명이 캐스팅되면 네 명과 (동일하게) 다 맞춰봐야 하기 때문에, 보통 힘든데 이번엔 그런 점을 많이 못 느끼면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네 배우가 각자 매력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지연(록산 역) 역시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들이) 각자 매력이 넘친다”고 했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시라노를 연기하는 배우가 네 명이라) 연습 과정이 지루하지 않다. 각자 보이스도 달라서 음악을 다양한 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연습 과정이 행복하다. (저도) 매력을 잘 발산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연은 록산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리했다. 사랑과 배움,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갈증을 참거나 외면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데 그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같은 역을 맡은 나하나는 “(공연 전에는) 록산하면 밝고 사랑스럽고 진취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연습해보니 록산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다. 밝은 모습에도 여러 가지 결이 있는데, 록산은 특히 복합적이고 어렵다는 것. 그 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시라노를 알았다는 것”이 행복하다고도 했다. 시라노의 말과 태도를 지켜보면서, 록산이 시라노를 설명하는 노래를 부를 때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 그런 사람이 록산 곁에 있다는 걸 매번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크리스티앙 역은 송원근과 김용한이 맡는다. 송원근은 “크리스티앙은 잘생기고 패기 넘치고 젊은 인물이라 이 공연을 할 때 만큼은 잘생겼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는 주목할 장면으로 '완벽한 연인(The Perfect Lover)'을 택했다. “두 남자의 차진 매력을 마음껏 방출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라고. 김용한은 발코니 장면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가장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했다.
한편, 2년 만에 새롭게 돌아올 <시라노>는 8월 10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해 10월 13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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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낭만 전할 <시라노>, “레트로 감성과 어울리는 작품” (연습 현장)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8-01 2,818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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