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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담아낼 <워치> “오늘의 관객들과 호흡하려 한다” (제작발표회)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7-17 3,538
3·1 운동 1백 주년을 맞아 윤봉길 의사를 중심으로 그려낼 팩션 뮤지컬 <워치>가 9월 첫 선을 보인다. 윤봉길 의사는 독립운동이 자금 부족 등으로 위기를 겪을 때 홍커우 공원 거사를 성공시키면서 일순간에 흐름을 반전시켰다. 이 거사로 장제스는 임시정부에 지원을 약속하는 등 독립 운동의 불씨가 된 독립운동가다. 



개막을 두달 여 남겨둔 7월 16일 오후, <워치>는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에서 배우 배해선의 사회로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조성윤, 정원영, 스테파니(김보경), 황만익 등 전 출연진과 정인석 프로듀서, 강보람 작가, 신은경 음악감독 등 주요 창작진이 참석했다. 양승조 충청남도 도지사를 비롯해 황선봉 충남 예산군 군수, 이승구 예산군의회 의장 등 관계자도 자리해 성공을 기원하는 축사를 했다. 



배우들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작업한 맹성연 작곡가가 쓴 ‘이향시’, ‘소용돌이 치는 미래’, ‘나의 소원’ 등 뮤지컬 넘버를 선보였다. ‘이향시’는 윤봉길 의사가 1930년 봄 중국 상하이로 망명을 떠나면서 고향인 충북 예산을 떠날 때 실제 지은 시를 재구성한 곡이다. 뮤지컬에서는 윤봉길 의사와 월진회 제자들이 함께 부르도록 해 독립을 향한 민족 전체 의지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소용돌이 치는 미래’는 1932년 일본군이 상하이를 침공해 일어난 상하이 사변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진행하는 곡이다. 이 사건으로 비통에 빠진 중국인들과 이를 목격한 윤봉길 의사와 애국단원들의 한탄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나의 소원’은 백범 일지에 실제 기록되어 있는 ‘나의 소원’을 바탕으로 구성한 곡이다. 백정선(김구)과 윤봉길, 한인 애국단 단원들이 자주 독립을 이룰 그 날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바칠 것을 노래한다. 



시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인석 아이엠컬처 프로듀서는 역사적 인물을 다룬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으며 “다 아는 이야기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창작진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워치>를 오랫동안 구상했다는 강보람 작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사료를 찾아보고, 상하이도 방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진실을 전달하면서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은 허구를 더한 팩션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었다. 강보람 작가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다. (동시에) 허구 인물과 사건을 통해 오늘의 관객과 호흡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팩션을 택한 이유를 공개했다. “허구 인물들은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면서 거사가 빛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고 했다. 



강 작가는 제목을 <워치>라고 한 것에 대해 “회중시계는 가슴에 품고 있는 시계란 뜻이더라. 가슴에 누구나 품고 있는 시간이 저마다 다를 거다. 역사적 관점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워치>에는 윤봉길 의사가 직접 쓴 시가 곳곳에 담길 예정이다. 윤봉길 의사는 5백여 편에 달하는 글을 남겼다. 강 작가는 “윤봉길 의사가 쓴 한시와 편지가 정말 많다. 행동가로서 면모뿐 아니라 필력이 뛰어난 문인의 모습도 작품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 작가는 윤봉길 의사가 아들들에게 남긴 편지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둘째 아들은 (태어나기 전이라)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상하이로 떠나셨다고 한다”며 윤봉길 의사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해 보기도 했다. 아들들을 향한 사랑이 넘치면서도 의지를 결연하게 다진 아버지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상하이에서 활동할 때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작품에 많이 반영했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했고 (거사를) 준비하면서 투쟁에 나선 인간적인 면모도 많았다”



정태영 연출은 충남 예산 출신인 윤봉길 의사처럼 태어나고 자란 곳이 충남이고 예산에서 살기도 했다며, 연출 의뢰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작품을 읽으면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워치>는 예산역에서 출발한다. 윤봉길 의사의 내면 심리 상태가 전개되면서 이어진다. 한인애국단에서 자리잡는 과정과 홍커우 공원 거사까지 빠른 전개를 통해 재미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신은경 음악감독은 2018년, 상하이로 출장갔을 당시 임시정부를 방문한 후 역사적 사건을 다룰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던 차에 <워치>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음악으로 역할만 다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같이 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워치> 음악은 맹성연 작곡가가 미국에서 곡을 써서 보내주고 있다면서, “진심을 담은 음악이 멜로디로 전달할 수 있는 노래도 있고, 현 시대에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시도도 하려 했다”고 음악 작업 방향에 대해 말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하지 않은 곡 중 쇼적인 곡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스윙 리듬을 현대적으로 접목해 장르를 복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워치>에는 윤봉길 의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윤봉길 역을 맡은 조성윤은 “업적을 이야기로 구현하는 것보다, 선생님이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아픔이 있었고, 어떤 정서로 마지막 (거사) 순간에 임했을까를 느끼는 게 가장 큰 임무이자 숙제라 생각한다”며 윤봉길 의사의 심정을 느끼며 연기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원영이 맡은 박태성은 미래를 볼 수 있는 허구 인물이다. 박태성은 윤봉길의 제자로, 일본에서 목숨을 잃은 박승구의 동생이다. 

정원영은 “극에서 큰 재미를 더하는 인물이다. 박태성을 통해 뮤지컬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이어 “윤봉길 의사는 큰 뜻으로 나라를 위하지만, 박태성은 형의 복수가 우선이다. 시간의 가치를 어디에 둘지 윤봉길 의사와 의견이 다르다. 무엇이 맞는지 갈등하고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 여행을 간 듯한 마음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가치있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중요한지 나라가 중요한지 고민을 끊임없이 하면서 관객 여러분과 호흡하겠다”고 다짐했다. 



백정선(김구) 역을 맡은 황만익은 “비밀에 싸인 역할로 초반엔 비춰지지 않는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황만익은 <영웅>, <백범> 등 독립운동가를 그려낸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많다. 특히 음악극 <길 위의 나라>에서는 김구 역을 먼저 맡기도 했다. 

그는 “임시정부 1백 주년을 기념해 관련된 작품을 하면서 많이 공부하다 보니 독립 운동을 하신 분들의 노고가 대단했다는 걸 가슴 뜨겁게 느꼈다”고 했다. 올해 상하이를 방문해 보니 윤봉길 의사가 상당히 유명했다고 전하며, 에어컨을 켜도 연습 열기 때문에 시원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뜨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스테파니는 구혜림을 연기한다. 구혜림은 어릴 때 백정선(김구)이 승려로 은신할 당시 구해준 꼬마 아이로, 크면서 동료들의 배신을 겪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인물이다. 

스테파니는 “김구 어르신의 오른팔로 독립투사지만 일본 사람으로 위장해 스파이로도 활동한다”고 맡은 역을 설명하며, “뜻깊은 공연에서 좋은 역할을 맡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허구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실존 인물을 어떻게 전달할지 중요할 것 같다”고 신경 쓰고 있는 부분에 대해 말했다. 



<워치>는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짧게 선보인 뒤, 9월 26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10월 2일 예산군 문예회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정태영 연출은 공연 진행 시간을 묻는 질문에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15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공연기간이 짧은 것에 대해 정인석 프로듀서는 충청남도에서 “공연을 2회 정도 하면서, 최대한 완성도를 높인 후 내년에 단계별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고 했다. 현재 공연 일정도 회차를 늘리자고 제안해서 처음 계획보다 공연 일수가 길어진 거라는 설명이었다. 

고준근 충청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워치> 공연 이후 계획에 대해 “작품 성공 여하에 따라 충남을 넘어 국가 브랜드로 육성켜야 한다”고 생각을 밝히며 “지속 가능한 예술 작품으로 육성시키고자 하는 것이 충남남도의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3·1 운동 1백 주년 기념 뮤지컬 <워치>는 9월 10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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