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성과 동시대성을 담으려 했다.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하려는 것이 목표였다” (박찬민 작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왕의 비선실세이자 시조대판서인 송홍국이 15년 만에 열리는 조선시조자랑을 통해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키려는 비밀시조단 골빈당을 잡으려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18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 부문에 선정되었다. 2018년 11월 쇼케이스를 거치며 구성을 세밀하게 보완 수정했다. 이후 6월 18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의 막을 올렸다.
박찬민 작가는 “시의성과 동시대성을 담는 것이 무대 예술의 묘미”라 짚으며, “아이디어를 낼 당시 (현실에서) 드라마틱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공연에도 담을 수 있다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한 가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했다”고 했다.
음악은 12개 국악기, 22개 클래식 오케스트라 악기, 7개 밴드 악기가 어우러진다. 이정연 작곡가 겸 음악감독은 오랫동안 기타 연주자로 활동해온 기타 전공 출신이다. 평소 대중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발칙한 상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조선 배경이기 때문에 판소리와 전통 장단의 음악을 만드는 건 1차원적인 거라고 느꼈기 때문.
관객들이 재밌고 유쾌하게 보는 동시에 공감할 수 있기 위해선 “음악이 친숙해야 할 것 같았다. 현재 대중가요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장르가 힙합이라 생각해서 주인공 캐릭터 테마를 설정할 때 힙합으로 했다. 좋은 장르 음악을 차용하면서 국악을 공통 분모로 묶으려 신경썼다”고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우진하 연출은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장, 분출, 파동처럼 작은 것들이 퍼져나가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현대는 SNS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시조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인데, 부채는 SNS처럼 확산되고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형태로 사용했다”고 연출 방향을 말했다.
“1막은 다양한 캐릭터 설명이 필요해서 불가피하게 조금 긴 지점이 있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보완은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2막에선 관객들과 벽을 깨려고 노력했다. 관객 분들도 (극중) 백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객석을 이요한 동선도 많다”고 했다.
안무는 한국무용과 힙합을 활용했다. 전통무용부터 어반 댄스, 락킹, 비보잉을 사용한 안무가 돋보인다. 김은총은 작품을 본 후 “이거 뭐지?”란 얘기가 나오는 게 개인적인 목표였다고 했다. <스웨그에이지>와 같은 작품에서 한국 무용만 주로 나오거나 스트리트 댄스만 주로 나오는 게 싫었다고 했다.
“오셨으면 다 보고 가셔야지 (않을까).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다 넣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장르의 춤을 안무로 표현했다. “골빈당 멤버들에겐 보여줘야할 핵심 감정만 잡아주고 캐릭터에 입각해서 원하는 동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현재 매회 다른 동작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주인공만 꼭 있어야 하는 것 등 암묵적인 법칙을 깨보는 게 목표였다. 그런 걸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스웨그에이지>로 뮤지컬 제작에 처음 나선 송혜선 프로듀서는 “우리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었다. 안산에서 할 때 우연히 듣고 가서 봤는데 놀라웠다. 관객 분들께 위로와 희망, 행복을 드리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이 그걸 한다는 게 놀라웠다. 이 창작진을 만난 건 인생에 행운 같다”고 제작하게 된 과정을 돌이켜봤다.
<스웨그에이지>에서 단을 연기하는 세 배우는 OCN <미스터 기간제> 출연을 앞두고 있는 준(이준영)과 신예 양희준,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이휘종이다.
송혜선 프로듀서는 “연기자는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철학을 밝히며 “양희준 배우는 학교에서 공연할 때부터 잘해서 처음부터 꼭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을 처음 하는데 ‘(어쩜)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했다. 이휘종 배우는 워낙 연기를 잘한다. 이 공연은 아이돌 가수에 가장 적합한 공연이라 생각한다. 준 배우는 대본을 보고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다. 스물 세 살인데 잘해서 늘 감탄하면서 보고 있다”고 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공개했다.
이틀 간 쇼케이스에서 뮤지컬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양희준은 “단을 먼저 하면서 구축해온 캐릭터가 있었다. 눈치 안 보고 천진난만한 인물에 제 성격을 담았는데 둘(준, 이휘종)을 만나면서 생각지 못했던 모습이 나왔다. 그걸 공유했고, 연출님께서 각자 개성을 담아서 표현하면 된다고 해서 부담없이 편하게 인물을 구축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들려줬다.
이휘종은 대본을 보고 영화 <왕의 남자>가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이후 영화를 보고 두 배우를 만나면서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갔다. 준의 장점으로는 춤을, 희준의 장점으로는 노래를 꼽으며 셋의 시너지가 좋았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재밌게 놀면 되겠다 했다. (양)희준이 걸 보면서 더 아이 같고 천진난만하면서 유쾌한 동시에 생각을 빨리 전환할 수 있는 뇌를 탑재한 아이로 연기하려 했다. 천진난만하게 노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이 어려웠고, 성인이 되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체가 되었을 때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려 했다”
준이 구상한 단은 “망나니 같고 천진난만하고 하고 싶은대로 사는” 캐릭터였다. 준도 두 배우를 만나면서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형들이 표현한 단을 보고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다. 준비한 노래나 춤, 연기를 많이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세 배우는 친해지기 전 친목도모를 위해 게임방부터 갔다. 준은 “편해진 다음 원만히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공개했다. 이후 서로 얘기를 나눠보니 각기 다른 매력처럼 캐릭터 해석도 조금씩 달랐다고 했다. “통일성이 보이면서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연출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세 명의 공연을 다 보신다면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고 자신했다.
제일가는 시조꾼으로 홍국의 딸이라는 걸 감춘 채 골빈당에서 활동하는 진 역은 김수하와 김수연이 연기 중이다. 김수하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영국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일본, 독일, 스위스 등 <미스 사이공>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주인공 킴으로 활약했다. <스웨그에이지>는 그의 첫 국내 무대다.
김수하는 “베트남 소녀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 백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점으로 꼽았다. 킴을 연기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함께 시끌벅적하게 떠들기도 하면서 공연하고 있어 좋다고 했다. “<미스 사이공>을 할 때는 부담이 컸다. <스웨그에이지>는 놀러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 모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진을 연기하면서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는다며, 관객들도 살면서 필요한 용기와 위로를 얻어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김수연은 “사람들에게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없는 아이”라고 진을 소개했다. 진은 단이 몰매맞을 걸 알면서 당당히 시조를 외치는 걸 보면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끼는데, 그 힘으로 ‘나의 길’ 장면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중) 어머니에게 어릴 때 배운 것들이 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되고, 머물러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문구가 진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국가권력을 쥔 아버지와 대립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백성들에게 자유로운 시조를 금지시킨 홍국 역은 최민철과 임현수가 연기 중이다. 조정의 실권자로 부조리한 인물이다. 최민철은 쇼케이스부터 참여하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진들과 많이 했다”고 했다. “홍국의 이념과 사상은 전체주의에 가깝다. 파시즘, 나치즘, 군국주의를 언급하면서 개인은 전체에 속해있을 때만 존재 가치가 있다는 이념으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인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수탈과 침략당한 때 강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형적인 독재자 논리를 따르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홍국이 시조를 금지한 이유에 대해 “시조는 작게는 언론이나 미디어, SNS가 되겠지만, 크게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와 비교할 때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에 가깝다”고 말했다.
단과 진에 대해 “(홍국에겐) 바이러스 같은 존재”겠지만, 결국 둘은 “백신 같은 존재여서 세상을 치유하고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을 자신있게 한다. 작은 외침이 무시받지 않는 행복한 나라를 위한 백신이다”라고 비유했다.
임현수는 대본을 처음 읽어보니 캐릭터가 명확했다며, “지금 현실에 들어볼 법한 말과 대사가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대사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분법적인 모습으로 단순하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초점을 맞춘 건 ‘가족애’였다. 홍국은 국력이 약해서 전쟁과 침략을 당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잃은 인물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력을 키우는 것을 택하는 인물로 해석했다고 했다.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한 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골빈당을 이끄는 맏형 십주 역은 이경수와 이창용이 표현하고 있다. 이경수는 “대본을 참 많이 읽었다.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부단히 노력했다. 연습할 때 춤을 빼곤 후회가 전혀 없다. 재밌게 하려고 했다.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안무를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해온) 제 장르가 아니었다. 발레, 재즈였다면 접해보기라도 했을 텐데”라며 뒤늦게 접한 장르라 하차할 뻔 했다고 농담했다. “지금은 행복하게 잘하고 있다”며 고생해준 동생들에게 닭고기를 한 번 사겠다고 공언했다.
이창용은 십주는 시놉시스에 “허당이고 멤버들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적혀있는데, “아주 재밌는 사람도 아니고 리더십이 있지도 않아서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더블캐스트인 이경수 선배를 잘 만나서 캐릭터를 잡는데 많이 도움됐다. 형에게 소스가 많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면서 대신 춤은 앞선다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흥겨운 무대를 펼치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8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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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막올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동시대성을 담는 동시에 재미있게 표현하려 했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2019-07-01 4,503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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