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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08.2 박정자

글 | 현수정 | 사진 | 박인철 2009-02-14 3,127

조용히 빛을 비추는 등대가 되고자…
카리스마 넘치는 국민 배우 박정자가 귀여운 할머니로 변신했다. 뮤지컬 <19 그리고 80>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모드’ 역으로 출연 중이기 때문이다. 모드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줄 아는 80세의 괴짜 할머니로, 비정상적인 자살 행각을 벌이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의 청년 해롤드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다. 하나의 역할을 맡으면 온전히 몰입하는 그녀는 이미 ‘모드’의 캐릭터를 체화시켜 고슬고슬한 옅은 갈색 머리를 한 채 천진한 웃음으로 맞아 주었다.

<19 그리고 80>, 그 네 번째 무대
“이 작품은 제가 여든 살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에서 건너야 할 강이고 넘어야 할 산이에요. 구체적인 목표이고 푯대이고 꿈이죠. 여든 살이 될 때까지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이 작품을 공연할 생각이에요.” 박정자는 <19 그리고 80>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초연 당시 이 작품을 발굴한 것도 그녀 자신이었다. <19 그리고 80>은 콜린 하긴스의 소설인 『해롤드와 모드(Herold and Maude)』(1971)를 원작으로 하며, 브로드웨이와 뉴저지에서 각각 동명의 연극과 뮤지컬로 공연된 바 있다. 이번 토월극장에서의 공연은 2005년에 뉴저지에서 초연되었던 뮤지컬의 대본과 넘버를 들여와 기존의 연극 대본을 참고하여 각색한 버전이다.
“이번에 뮤지컬로 공연하는 이유는, 단순히 제가 춤추고 노래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온통 뮤지컬 천지인 공연계의 시류에 합류하려는 의도도 아니에요. 뭔가 더 생동감 있는 무대에 이 작품을 올려서 관객들에게 용기와 활력을 주고 싶어서예요. 제 나이가 올해로 67세에요. 그런 제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며 관객들이 ‘나도 이렇게 나이든 티를 내며 살아서는 안되겠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그녀는 <19 그리고 80>을 뮤지컬의 좋은 레퍼토리로 남기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언급하며 말을 잇는다. “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싶었지만 ‘창작극 우선’이라는 원칙 때문에 선택되지 못했어요. 사실 이 작품도 악보와 대본만 가지고 와서 장두이 연출과 박일규 안무 등이 대부분 창작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녀는 근래 창작 작품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은 좋지만, 행정이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을 정도로 ‘창작’에 대한 강박증을 느끼는 것 같다며 우려의 말을 남겼다.

박정자, 모드를 닮다
“저는 이 세상이 모드처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로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 사회가, 이 세상 전체가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봐요. 세상이 아름다워지도록 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름답게 살면 되는 거예요. 아름다움은 전염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자신이 모드를 닮으면 관객들이 그러한 자신을 닮게 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모드는 ‘무공해’ 할머니에요. 세상 모든 것을 ‘무소유’의 태도로 대하죠. ‘이 세상에 주인은 없다. 오늘 이 세상이 있다가 내일이면 떠날 텐데 소유한다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해?’라고 이야기해요.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비롯한 모든 물건 중 ‘소유’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가진 것도 다 내어 놓고, 남의 것에 대해서도 특별히 구분을 안 해요. 네 것 내 것이 없는 거예요.”
박정자는 이러한 모드를 사랑한다. 그녀 역시 스스로를 위해 값비싼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값 나가는 물건들은 대부분 선물을 받은 것이라 한다. 박정자는 자신이 빚진 것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오늘 아침에도 빚지기 위한 전화를 몇 통화 했었어요. <19 그리고 80>의 티켓을 100장씩 구입해서 보는 소수 인원의 모임을 만들고 있어요. 박정자에게 떡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와인을 사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을 봐 달라는 일종의 연극 후원 운동이에요.” 그녀가 오랜 기간 연극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 꽃봉지회와는 별개의 모임이라고 한다. 그녀는 <19 그리고 80>이 막을 내리면 자신도 직접 표를 많이 구입하여 다른 장르의 좋은 공연들이나 영화를 함께 보며 정서를 나누는 모임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모드와 박정자는 남의 이목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한다는 면에서도 닮아 있다. <19 그리고 80>에서 모드는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삶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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