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원스>가 10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뮤지컬 <원스>는 동명의 음악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거리의 기타리스트와 꽃을 파는 이민자의 운명 같은 만남과 끌림의 시간들을 아름다운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작품으로 창조해 내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 영화는 대표곡 'Falling Slowly'와 함께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원스>는 뮤지컬로 이어져 2011년 오프브로드웨이 워크숍으로 첫 선을 보였다. 연출가 존 티파니의 독창적인 연출선과 뮤지컬의 일반적인 공식에서 벗어난 무대 구성, 그리고 훌륭하게 무대화 한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2012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고,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토니상 8개 부문 등 수많은 상을 섭렵했다.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 US 투어, 호주, 캐나다, 한국, 일본 그리고 이 작품의 고향 더블린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원스>에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일반적 공식을 찾을 수 없다. 가장 색다른 점은 오케스트라가 없는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배우들은 공연에 필요한 16종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연기한다. 더블린의 한 소박한 술집, 어디서나 볼 수 있음 직한 친근한 사람들. 그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발을 구르거나 박수를 치는 등 물결처럼 움직인다. 배우들의 무브먼트는 글렌 핸사드, 마케타 이글로바의 지극히 아름답고 귀에 익은 음악들을 만나 강렬한 힘을 얻고, 감정의 파고를 증폭시킨다.
2014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한국 초연에는 윤도현, 전미도, 박지연, 이창희 등이 함께했다.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들이 작품의 모든 음악을 책임져야 하는 극악의 난도를 자랑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 <원스>의 배우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여주인공 걸을 제외한 전 출연진이 수준급 기타 연주 실력은 기본으로 1인당 적게는 1개, 많게는 6개의 악기를 연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선 서로 눈빛만으로도 완벽한 합주가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개인의 개성을 작품의 스타일에 맞추는 개인 레슨부터 합주까지 약 10개월간 음악 연습이 진행됐다. 이렇게 배우를 찾는 과정부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수많은 시간이 필요한 뮤지컬 <원스>, 초연 이후 오랫동안 작품을 만나볼 수 없었던 이유다.
2025년 2월 19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뮤지컬 <원스>가 10년 만에 다시 한국 배우들에 의해 공연된다. 2024년 1월에 진행된 오디션에는 토니상 편곡상을 받은 편곡자 마틴 로우, 해외 협력 연출 데즈 케네디, 그리고 이지영, 김문정, 황현정 국내 스태프가 함께하며 3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다른 공연에 비해 허들이 높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약 800여 명이 지원했고 이 숫자는 10년 전 500여 명의 지원자보다 월등히 높았다. 오디션장 안은 다양한 악기 연주로 그야말로 진풍경이 펼쳐졌다. 편곡자 마틴 로우는 “캐릭터에 맞고 작품 전체 그림에 어울리는 조화로운 배우를 선발하는 건 역시 어려웠지만 지난 시즌보다 수준 높은 연주자 겸 배우를 선발한 것 같아 작품이 기대된다”라는 평을 남겼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주인공 가이의 아버지인 다(DA) 역으로 참여하는 박지일과 이정열이다. 박지일은 초연 때도 <원스>를 하고 싶은 열망에 열심히 오디션에 참여했으나 부족한 만돌린 실력으로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절치부심으로 오디션을 준비, 감동적인 솔로 연주와 노래를 선보였고, 한국 최고의 연극배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깊이 있는 연주는 아버지 역을 소화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정열 역시 뮤지컬의 걸출한 배우로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했던 여유로움과 수많은 가수들의 세션으로, 또 그 자신이 가수로서 보냈던 시간들이 오디션에 그대로 투영되며 이미 완성된 뮤지션 겸 배우로서 작품에 고민없이 선발될 수 있었다.
여주인공 걸(GIRL) 역은 초연 멤버였던 박지연이 함께한다. "<원스>는 제가 했던 작품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에요"라고 말할 만큼 이 공연을 애정하는 그녀는 재공연에 참여하고자 모든 스케줄을 조정했다. 초연 당시 27살이었던 박지연은 10년의 시간 동안 한국 최고 뮤지컬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무르익은 연기는 내면의 파도를 객석으로 확장시키며 따듯한 감성을 전해줄 것이다. 그녀와 더블 캐스팅으로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이예은 또한 이미 완성된 한국 뮤지컬의 차세대 스타. 그녀는 특유의 밝음과 처연함이 공존하는 마스크, 그리고 힘 있는 보컬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걸’이 되고자 오디션장을 방문한 수많은 주연급 여배우들의 경쟁 속에서 단연코 돋보였다.
일찌감치 낙점되었던 여주인공과 달리 남자 주인공 가이(GUY) 역은 높은 음역대의 힘 있는 노래와 수준급 기타 연주 그리고 억눌러진 인디 뮤지션의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 까다로운 연기까지 가능한 배우를 찾기 위해 애를 먹었다. 그 와중, 혜성처럼 등장한 밴드 출신 배우 한승윤은 그야말로 새로운 뮤지컬 스타를 찾은 듯 반짝반짝 빛났다. 수려한 외모와 지금 막 공연을 해도 부족함 없을 연주 실력, 그리고 거침없는 락 보컬은 주연급 뮤지컬 배우로서 눈부신 성장을 예견하게 했다.
그리고 아직 연주 실력은 완성되어 있지 않지만 “본 투 비 뮤지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라는 편곡자 마틴 로우의 장담에 의해 선발된 이충주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충주의 음악성과 집요한 근성은 이후 진행된 연습 과정에서 유감없이 증명되었다. 근 1년간을 기타와 한 몸이 되어 생활하다시피 <원스> 준비에 매진한 이충주는 프로 기타리스트도 깜짝 놀랄 만큼 수준 높은 연주 실력으로 첫 합주 연습실에 나타났다. 이제 그의 노력은 많은 뮤지컬 작품들에서 보여준 단단한 보컬, 안정된 연기와 더불어 그가 그려나갈 가이를 기대할 이유가 되었다.
세 번째 가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극장 전문 주연배우 윤형렬이다. 폭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파워보컬과 더불어 학창 시절부터 갈고닦은 기타 연주 실력은 가장 안정된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그는 2014년 초연 오디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어 이번 기회가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그는 “학창 시절, 가수로서의 길을 반대했던 부모님을 설득했던 기억, 그리고 밴드의 멤버로서 합주했던 경험, 지난 오디션부터 너무 참여하고픈 작품을 만나게 된 열정을 담아 열심히 준비할 것이니 여운이 가득한 특별한 뮤지컬 <원스>를 기대해달라”라고 말했다.
뮤지컬 <원스>는 2025년 2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