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다이닝 공연 <그랜드 엑스페디션>이 오늘(30일) 개막을 앞두고 지난 29일 블루스퀘어에서 창작진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머시브 다이닝은 관객 몰입형 공연을 뜻하는 '이머시브 씨어터'와 고품격 요리를 즐기는 '파인 다이닝'을 결합한 공연이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초연한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동화책 속 열기구를 타고 여행하며 식사를하는 콘셉트의 공연이다. 다양한 콘셉트의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을 만들어온 진저라인(GINGERLINE)이 제작했다.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은 퍼포머의 안내를 따라 열기구 모양의 식탁으로 이동한다. 공연은 바람의 요정의 안내에 따라 다섯 개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열기구가 도착한 나라에서 음식을 맛본다는 설정이다. 공연장을 둘러싼 영상과 음악을 활용해 열기구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냈다. 퍼포머들은 나라에 따라 의상을 바꿔 입고 음식을 식탁으로 나를 뿐만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과 연기를 선보인다. 영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우주를 테마로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쉬, 디저트까지 코스로 음식이 제공된다.
공연은 한 나라에 도착하면 음식이 나오고, 관객이 음식을 먹는 동안 식탁 사이사이에서 각종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과정을 두 시간 동안 반복한다. 다음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 퍼포머들은 관객과 춤을 추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참여를 유도한다. 이들은 외국어도 아닌 낯선 언어를 사용하며 동화 속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2020년 미쉐린 별점을 받은 서울 강남 레스토랑 EVETTI(에빗)의 쉐프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가 다이닝에 참여했다. 공연 예매 시 사전 설문을 통해 음식 알러지를 공지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는 팔찌형 입장권으로 채식 옵션, 음주 옵션을 표시해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날 라운드 인터뷰에는 프로듀서 수즈 문포트(Suz Mountfort), 연출가 로렌 포스 파트리지(Lauren Foss Partridge), 안무가 로버트 키츠(Robert Keates)가 참석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공연과 식사를 함께 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한 것인가?
프로듀서 수즈 문포트(이하 수즈 문포트) 즐거운 경험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다이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는 공연이나 음식 전문가가 아니라 손님의 경험에 더 집중했다. 작품을 개발하면서 여러 분야 창작진을 만났고, 그들과 주고 받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다양한 다이닝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집중했다. 처음에는 도전적이고 모험심이 있는 음식 애호가, 공연 애호가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게 목표였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하는 것에 집중했다. 런던에서 좋은 호응을 얻어 지금까지 올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2010년에 시작해 이제까지 13개의 다이닝 공연을 개발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해 중국에서 2개의 라이선스 공연을 했고, 이번에 서울에서 세 번째 라이선스 공연을 한다.
이머시브 다이닝은 일반 식사나 공연과 어떻게 다른가?
수즈 문포트 진저라인의 이머시브 다이닝은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음식도 스토리텔링의 일부분이 되고, 관객 또한 입장하면서부터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관객이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어떤 지점에 음식이 들어갈지 논의한다. <그랜드 엑스페디션> 같은 경우 관객이 이야기책을 열고 그 안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형식이다.
<그랜드 엑스페디션>의 음식은 어떻게 구상되었나?
수즈 문포트 이 작품은 잠자기 전에 듣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야기책을 열고 들어가서 열기구를 타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각 나라 사람들이 관객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콘셉트이다. 나라마다 상징적인 음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 포인트였고,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구현하기 위해 쉐프와도 많이 논의했다.
다른 다이닝에는 어떤 콘셉트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수즈 문포트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면 오페라 캐릭터가 나와서 공연하는 콘셉트가 있었다. 음식은 오페라 캐릭터의 결혼식 연회에 대한 것으로 만들었다. 우주선 콘셉트도 있었는데 외계 행성에서 먹음직한 음식이 나왔다. 맛의 방(Chamber of Flavor) 시리즈는 관객이 타임머신을 타는 것처럼 장소를 넘나들며 다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공연을 보는 것이 집중력이 분산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출가 로렌 포스 파트리지 (이하 로렌 포스 파트리지) 음식이 공연의 일부로 완벽하게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메뉴가 정해지면 어떤 방식으로 서빙할 것인지, 퍼포먼스랑 같이 묶이면 어떻게 구현될지 고민했다.
수즈 문포트 이머시브 다이닝과 이머시브 씨어터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이머시브 다이닝은 관객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경험을 서로 나누는 부분이 중요하다.
로렌 포스 파트리지 이머시브 다이닝은 음식, 퍼포먼스 관객 참여 세 가지가 중요하다. 식사를 충분히 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공연은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에 더해 관객들이 배우들과 소통하는 것을 원하면 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앉아서 관람할 수 있게끔 구조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오디션을 거쳐 한국 배우를 퍼포머로 뽑았다.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보았나?
안무가 로버트 키츠(이하 로버트 키츠) 즉흥적인 움직임, 여러 나라의 특징적인 무용이나 움직임, 주변 소품을 이용한 즉흥 마임을 요청했다. 오픈 마인드를 가진 배우들, 관객과 함께 놀 수 있는 성격을 가진 배우들,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배우를 찾았다.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배우가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빙도 하고, 춤도 추고, 관객의 참여를 이끌기도 해서 여러 가지를 수행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수즈 문포트 한국 배우들이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역량이 좋아 깜짝 놀랐다. 공연에서 기본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요청하는데 한국 배우들이 잘 해내고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의 다른 안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로렌 포스 파트리지 작품을 처음 만들 때 나라별 안무가 워크숍과 대사관을 찾아가면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었다.
로버트 키츠 나는 <그랜드 엑스페디션>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다. 처음 이 작품의 안무를 배울 때 나라별로 전문 무용수에게 안무를 직접 배웠다. 이제는 내가 모든 안무가 담긴 그릇이라고 생각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연장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어떻게 준비되는가?
수즈 문포트 프로덕션마다 다르지만, 서울 공연은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이 따로 있고, 극장 안에 음식을 데우고 마지막 준비를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조셉 쉐프와 논의를 하면서 서비스 타이밍, 음식 타이밍, 공연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연습했다.
쉐프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수즈 문포트 많은 사람에게 매번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음식을 제공해야해서 쉐프를 선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창의력과 스토리텔링도 필요해 도전을 원하는 쉐프를 찾으려고 한다. 조셉은 호주에서 온 사람이고, 나는 뉴질랜드 사람이라 지역적인 유대감도 있고 대화하기에도 편했다. 한국 사람의 입맛을 잘 알고 있고, 창의적인 음식을 하기로 평판이 나 있어서 함께 작업을 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소강상태가 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수즈 문포트 프로덕션에서도 방역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좌석별로 공간이 넓게 퍼져 있어 관객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다. 관객 참여 부분은 원하지 않는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영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우주를 여행한다. 다음 프로덕션에는 한국도 목적지가 될 수 있을까?
수즈 문포트 한국이 다음 목적지가 되길 바란다. 지난주부터 경험한 한국의 느낌을 새로운 장면으로 구현하고 싶다.
로렌 포스 파트리지 공연 피드백 중에 코스마다 김치를 드려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웃음)
<그랜드 엑스페디션>이 한국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수즈 문포트 모험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 관객들이 도전을 좋아한다고 들어 많은 분이 좋아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멀티미디어와 음식이 나와서 재밌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공연)이 끝나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를 정도로 만족감, 흥분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