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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방임으로 제대로 된 성숙 이루지 못 해"…뮤지컬 산업 진흥법 제정 위한 공청회 열려

글 | 이참슬(웹 에디터) | 사진·자료 | (사)한국뮤지컬협회·(사)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2022-08-30 1,128

 

뮤지컬 산업 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뮤지컬은 지난 2021년 12월 공연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올 7월 법이 시행되면서 개별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뮤지컬 시장 규모가 전체 공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산업인만큼 관련 진흥법을 제정해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요구이다. 

 

이날 공청회는 공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승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뮤지컬협회,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가 주관했다.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이종규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원장, 김미라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 과장, 사회자 김종헌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을 비롯해 뮤지컬 배우 정영주, 김소현, 손준호 등이 자리했다. 

 

김승수 의원은 "이제 우리 뮤지컬의 경쟁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뮤지컬에 힘을 실으면 다른 장르만큼 경쟁력 있는 K-컬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뮤지컬, 공연 산업이 발전해야 문화 선진국으로서 위상 가질 수 있어" 

 

한국 뮤지컬 시장은 지난 20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국내 뮤지컬의 효시로 불리는 예그린악단의 <살짜기 옵서예>(1966년작) 이후 기존의 연극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던 뮤지컬은 1990년대 후반 대기업 자본이 본격적으로 제작에 참여하며 브로드웨이의 선진 시스템을 습득했다. 2000년대에 들어 신시컴퍼니, 에이콤, PMC, 설앤컴퍼니, 오디컴퍼니 등 뮤지컬 전문 제작사와 1세대 프로듀서들이 등장하고, 전용 극장 샤롯데 시어터가 만들어지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대 접어들어 전보다 많은 뮤지컬 전용 극장이 생겼고, 대형 라이선스, 창작 뮤지컬이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며 뮤지컬 열풍의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 하면서 뮤지컬 시장은 전에 없던 위기를 마주했다. 수많은 공연이 중단되고 취소됐다.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대표(프로듀서)이기도 한 신춘수 회장은 "각자 앞만 보고 달려온 뮤지컬인들이 이 사태(코로나19 팬데믹)를 맞이해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과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는 것을 자각했다"며 "뮤지컬의 정책 수립과 발전적 방향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업계 내부로는 △표준화된 제작 시스템의 부재 △합리적인 제작 환경 마련, 정책적으로는 △뮤지컬 전용 기금 △전담 기구 △교육기관 △진흥법 마련 등을 과제로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전 세계 무대가 멈췄을 때도 한국 무대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신 회장은 "전 세계 모든 공연이 멈췄을 때, 우리는 모두 자기 부분을 내려놓고 무대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것을 함께 지켜준 관객이 있었기에 코로나19를 딛고 다시 재도약하는 시기를 맞이했다"고 전했다. 현재 뮤지컬 시장은 2000년 약 150억 원 규모에서 2018년 약 3500억 원으로 20여 년간 약 23배 성장한 규모다. 올해는 4천억 원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창작 뮤지컬은 꾸준히 제작돼 2010년대 이후 해외 시장에서도 라이선스 수출, 투어 공연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 회장은 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뮤지컬, 공연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라이온킹>이 20주년을 맞았다. 19개국에서 9천만 명이 관람했고, 79억 달러, 한화로 8조 5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라며, 인구 절벽 등 내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산업 진흥법의 핵심은 전담기구 설립과 운영 재원을 확보하는 것"

 

이종규 이사장은 뮤지컬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적으로 가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뮤지컬이 법령에 개별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매출 규모, 연계 고용률이 큰 산업인만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주요 기관에서 지원이 있었지만, 기관별로 산재해 있고 단기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5년, 10년 전 국가가 얼마나 지원했는지, 그 성과를 지금까지 데이터화하고 평가하는 자료가 없다. 장기적인 지원 트랙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는 롱테일로 매출이 점차 줄어듦에 반해 뮤지컬은 끝없이 재생산되고 부가가치를 쌓아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기구·기관을 설립하고 기금 및 재원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국회의 입법 의지와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시장이 성숙하기 보다는 팽창, 제대로 된 성숙 이루지 못 해…공공의 방임 큰 이유"

 

원종원 교수는 공공의 방임이 뮤지컬 시장이 제대로 된 성숙을 이루지 못하는 데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인지하지 않고 무대를 쓴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다른 예술 장르와 뭉뚱그려 취급했다"며 "정부 정책 재원 지원에 참여하다 보면 공공적인 조직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문적인 기구, 조직, 기금,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한참 늦었다"며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승환 대표 역시 "뮤지컬에 대한 지원이 소극장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연극 작품의 지원 수준에서 비교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뮤지컬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제는 기초 예술을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화하는 과정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률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관계 부처 협의는 필요" 

 

김미라 과장은 "국가가 산업을 진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혜택"이라며 "공동 제작, 협업, IP 수출 등 측면에서 산업적 성과를 얻어내고 있는 분야지만 뮤지컬 생태계의 구조적 측면에서 뜯어보면 창작, 제작, 유통 전 과정에 있어 더 진전된 형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공연시장 안에서 뮤지컬 시장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키울 산업으로 뮤지컬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김 과장은 "현재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있지만, 산업의 정책 목표와 과제, 연도별 재정 투자 등 정책 수단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근거한 지원 제도가 별도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재 법안의 핵심으로 제시된 △뮤지컬진흥위원회 △뮤지컬산업진흥원 △뮤지컬발전기금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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