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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기 먹어보셨나요? <1인용 식탁>… “혼밥이 존중받고 공존하려면”

글 | 안시은 기자 2020-05-08 3,418
“오늘은 무엇을 드셨나요?”
바야흐로 혼밥 시대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거리두기와 함께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일상으로 파고든 요즘, 2010년 발간된 윤고은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무대화한 <1인용 식탁>이 무대화됐다.



주인공 오인용(류혜린 분)은 직장 따돌림으로 혼자 밥을 먹다가 학원까지 등록하며 혼자 먹기 만렙에 도전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밥 먹는 장면이다. 극장에 입장하면 공연 시작 전부터 주인공이 무대 한복판에서 상을 펴고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태블릿으로 보며 홀로 밥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엔 인물들이 홀로 각자의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으로 끝난다. 이때 순식간에 객석까지 파고드는 고기 냄새는 마스크를 뚫고 전달될 정도로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이 장면을 보여주기까지 창작진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어제(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이기쁨 연출은 “원작 소설에 여러 음식이 기술돼있다. 다른 부분은 움직임과 마임을 통해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부분 만큼은 실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기쁨 연출은 이 장면을 위해 온도와 굽는데 걸리는 시간, 고기 두께를 체크했고, 배우들은 고기가 물릴 정도로 매일 먹었다고 했다. 신가은 두산아트센터 PD는 환기 문제 등 극장 스태프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까지 조율했다고 덧붙였다.



2020년 두산인문극장 주제를 ‘푸드’로 택한 것에 대해 신가은 PD는 “매해 공존을 이야기하기 위해 구체적인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 올해는 밥을 먹는다는 것, 식문화와 식습관에 공존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설명하며, 혼자 하는 식사가 유별스럽지 않고 존중받고 공존하려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1인용 식탁>을 선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오진 각색가는 원작이 혼밥 문화가 익숙하지 않을 때 쓰여졌기 때문에 2020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당신의 식탁은 1인용으로 충분한가. 사회 제도와 시선에서 1인용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지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기쁨 연출은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듯 “<1인용 식탁> 이야기 자체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리듬을 보여주고 찾아가고 느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생각을 말했다. 그 리듬을 찾고, 때론 불협화음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 각자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가 했다고도 했다. 그것이 두산아트센터가 집중하는 ‘공존’이란 단어와도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극장 한복판엔 권투를 떠올리게 하는 사각링 형태의 무대와 조명이 배치돼있고, 권투 동작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권영호 움직임감독은 “작가는 혼자 먹는 식사가 타인의 시선에 대항해 싸우는 한판의 복싱 경기라고 말한다.<1인용 식탁>에서 복싱 동작은 중요한 움직임 키워드”라고 그 의도를 프로그램북에서 밝히기도 했다.

두산아트센터는 ‘푸드’를 주제로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 2020을 무료화한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신가은 PD는 “(정식 공연 무료화는) 두산아트센터 개관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 했고 극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한다. 상반기에 많은 공연이 취소 혹은 연기되면서 관객 분들도 지치셨던 부분도 있어서 두산아트센터가 문화예술사업을 하는 극장인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내리게된 결정”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두산인문극장 2020 첫 작품인 <1인용 식탁>은 5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시영, 윤성원, 이새롬, 류혜린, 이화정, 허영손, 김연우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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