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가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보디가드>는 국내에서 1992년 개봉한 휘트니 휴스턴, 케빈 코스트너 주연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자,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기본 줄거리는 영화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영화 사운드트랙 여섯 곡과 휘트니 휴스턴의 다른 히트곡도 함께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다. 휘트니 휴스턴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인 셈이다.
<보디가드>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이번 공연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초연 배우 손승연을 비롯해, 새롭게 합류한 김선영, 박기영, 해나, 이동건, 강경준과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 본부장이 참석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 본부장은 <보디가드>를 제작하게 된 것에 대해 "원작의 탄탄한 드라마와,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 15곡이 뮤지컬 넘버로 쓰인 작품이라 영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흥행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에 투자하고, 공연권을 획득해서 2016년 한국에서 초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이첼 마론 역을 맡은 네 배우는 간담회 시작 전 'I Have Nothing'(해나), 'One Moment In Time'(박기영), 'Run To You'(손승연), 'I Will Always Love You'(김선영)을 차례로 부르며 각기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
2004년과 2005년 출연한 <와이키키브라더스>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은 처음이라는 김선영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가수들도 잘 부르지 않을 정도로 원곡의 명성이 워낙 높았고, 에너지와 체력을 요하는 춤에 대한 부담도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휘트니 휴스턴 때문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이 맡았던 역할(레이첼 마론)로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노래를 부를 기회가 내 인생에 언제 또 올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휘트니 휴스턴을 추억하면서 하다보면 이 작품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드라마에 맞춰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곡들을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 뿌듯할 것 같았던 것”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로 꼽았다.
김선영은 지난 한달 간 연습하면서 레이첼 마론 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 항생제를 먹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박기영은 “뮤지컬을 해온 20년 동안 이렇게 힘든 작품은 처음”이라고 했던 김선영의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김선영은 “그동안 강하고 센 캐릭터를 맡아서 정서적으로 괴로웠는데, <보디가드>는 1차원적으로 육체가 괴롭다”고 말하면서도 “모든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승화될 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2002년 <포비든 플래닛> 이후 2014년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에 출연했던 박기영은 5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선다. 박기영 역시 휘트니 휴스턴이란 이름에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휘트니 휴스턴은 박기영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선생님과 같은 존재였다. 박기영은 “휘트니 휴스턴이 출연한 영화 <보디가드>가 나왔을 때 학창시절이었어요. 테이프와 LP가 마르고 닳도록 들었고, 모든 노래 가사를 영어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라며 휘트니 휴스턴과 얽힌 추억을 말했다. 그런 애정 때문에 선뜻 <보디가드>를 제안받았을 때 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휘트니 휴스턴의 의미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의미는 대단하다. 백인에게까지 완전히 어필했던 음악은 마이클 잭슨 뿐이었다. 여자 가수는 없었는데 그 일을 휘트니 휴스턴이 해낸 거다”라며 칭송했다. 때문에 사망에 대해선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모했다.
박기영은 <보디가드>를 택한 다른 이유로 김선영을 꼽으면서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을 언급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선영 언니를 좋아했어요.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초연 때 했던 손승연를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배우고 있고, 신성 해나와는 늘 끝까지 연습해요”라며 정말 잘하고 싶고 다신 <보디가드>와 같은 작품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더 땀을 쏟게 된다고 했다.
초연에 이어 다시 출연하게된 손승연은 “지금 (다시) 하게 되어서 더 행운이고 행복하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초연 때는 첫 뮤지컬이었던데다 노래와 춤, 연기까지 병행해야 해서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에 다시 하게 되면서 “초연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구석구석 발견하고 있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프랭크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젊어진 것에 반색했다. 나이 차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제가 93년생인데 (프랭크 역) 오빠들이 93학번이어서 조금 힘들었어요. 몰입도가 확실히 다릅니다. 재밌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I Have Nothing’이 가수를 결심하게 한 곡이라며 좋아하는 노래로 꼽았다. 가수가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수도 없이 불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킬 앤 하이드>, <위대한 캣츠비>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고 있는 해나는 고등학교 때 노래를 처음 시작한 뒤 뮤지컬을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엔 노래부터 연기, 춤까지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에 도전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에 꿈으로 남겨뒀는데, 기회가 닿아 2년 전부터 뮤지컬 배우로 감사하게 연이어 작품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해나는 <보디가드>를 하다 보니 좋아하는 곡이 매번 바뀐다고 했다. 레이첼 마론 역을 맡은 배우 모두 눈물이 많아 연습하면서 울고 그 모습에 놀리기도 한다고. 그 정도로 모든 곡이 명곡이라고 했다.
레이첼 역 배우들은 하나같이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이 드라마와 어우러지게 배치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드라마가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드라마와 맞는 뮤지컬 넘버,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 레이첼 마론의 이야기 흐름을 놓치지 않게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경호원 프랭크 파머 역을 맡은 이동건과 강경준은 모두 뮤지컬이 처음이다. 이동건 역시 <보디가드>에 대한 추억으로 도전에 나섰다. “어릴 때 영화로 만났던 <보디가드>가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어요. 그 음악과 캐릭터가 제 앞에 왔을 때 거부하기 힘들었어요.”
그는 또다른 이유로 연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캐릭터라는 점을 꼽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대에서 프랭크를 감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자신감을 조금 얻고 하게 됐습니다.”라며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강경준 역시 레이첼 네 배우의 라이브를 매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강경준은 자신있는 부분으로 “프랭크의 따뜻한 내면”을,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프랭크의 프로다운 모습과 예민한 부분”을 꼽았다. 부족한 부분은 연습으로 채워가고 있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강경준이 언급한 레이첼 역 배우들의 매력은 박기영이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기는 선영 누나에게 많이 기대고 있고, 기영 누나는 원래 팬이에요. 승연이는 에너지가 넘치더라고요. 그게 와닿아서 좋아요. 해나는 처음 봤는데 열심히 해요. 저도 성장을 많이 해야 하는데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이동건은 아내이자 배우인 “조윤희 역시 <보디가드>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세대라 그 멋진 역할을 한다니 걱정은 되지만 잘됐다. 부디 잘하길 바란다는 응원과 우려를 함께 보내줬다”고 했다. 잘 준비해서 좋은 공연을 보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강경준은 반대였다. 아내(배우 장신영)가 자신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고. “사실 이 공연하는 걸 말렸어요. 혹시나 대사를 까먹진 않을까, 저 오빠(강경준)가 무대에 나가야 하는데 못 나가고 어딘가에서 서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들로 지금도 복잡해하고 있어요.”라 말해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격려와 위로도 받고 있다고 했다. 공연을 보러 오더라도 몰래 왔으면 좋겠다며,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아빠로서 열심히 해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손승연, 최현선 등 초연 배우들과 김선영, 박기영, 해나, 이동건, 강경준, 정다희 등 새로운 주역들과 돌아오는 <보디가드>는 11월 2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해 2020년 2월 23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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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만나는 <보디가드>,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이름의 존재감” (제작발표회)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11-05 4,034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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