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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살리에르> 최수형 [No.131]

글 |안세영(수습기자) 사진 |배임석 장소제공 | GANGNAM WANG 2014-08-25 5,491
나만의 특별함을 찾아

선 굵고 남성적인 외모의 최수형. 
그가 <카르멘>에서 거친 남자 가르시아를 연기했을 때, 여기저기서 ‘싱크로율 100퍼센트’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렇게 호평을 받았던 <카르멘>이 끝난 뒤, 뜻밖에도 그는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5개월간의 공백기를 끝내며 그가 선택한 역할은 창작뮤지컬 <살리에르>의 주인공 살리에리. 
질투의 대명사 살리에리로 변신한 최수형은 얼마만큼의 싱크로율을 보여줄까? 



€변화를 위한 쉼표€€€€€€€€€€€€€€€€€€€

<카르멘> 이후 5개월 만의 무대 복귀예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쉬면서 여행도 갔다 오고 춤도 배우고 그렇게 지냈어요. 사실 제가 뮤지컬을 시작하고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어요.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계속 무대에 오르다 보니 좀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카르멘>이 끝나면 좀 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쉬는 동안에도 작품 제의는 있었는데 대부분 가르시아와 비슷한 센 역할만 들어오더라고요. 안 그래도 저는 인상이 강한 편인데 계속 그런 역만 맡다 보면 이미지가 굳어질 것 같아 고사하고 있었어요.

말씀한 것처럼 <카르멘>의 가르시아로 인해 상남자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제 이미지가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니 기분 좋은 일이죠. 저도 상남자 이미지가 싫은 건 아니에요. 한때는 아이돌처럼 마르고 예쁘장하게 생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의 저에 만족해요. 꽃미남이 각광받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저 같은 상남자 스타일이 희소성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그렇게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된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죠. 실제 저는 부드럽고 섬세한 면이 많아요. 수다 떠는 거 좋아하고, 여자들하고도 잘 어울리고… 부들부들해요, 제가. (웃음) 그래서 상남자뿐 아니라 다른 역할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무대에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전부터 <헤드윅> 음악을 좋아해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주변에서 다 뜯어 말리더라고요. 토마토 으깨는 네 모습 상상이 안 된다고. 저 스스로는 여장에 대한 부담이 없는데 말예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즐기는 성격 같아요. 
정말 즐겨요! 저는 새 작품에 들어가면 항상 머리 스타일부터 바꿔요. <카르멘> 때도 어떤 머리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에녹 군이 긴 머리 가발을 쓰겠다고 해서 전 해병대처럼 완전히 짧게 깎았거든요. 스크래치도 처음에는 소심하게 두 개만 넣었는데 반응이 좋길래 나중에 가서 더 팠어요. 소속사에서 안 말렸으면 계속 팠을 거예요. (웃음)

영화나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보고 싶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배우로서 가진 욕심이죠. 이미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진출해서 잘 해나가고 있으니까 그쪽 세계는 어떨지 궁금하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좋은 작품에 서보고 싶다는 거지, 거기 나와서 유명인이 되겠다는 목적은 아니에요. 지금도 많은 오디션에 도전하고 깨지고 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배우로서 계속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천재의 반대편에서€€€€€€€€€€€€€€€€

휴식기를 끝내면서 차기작으로 <살리에르>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모차르트가 아닌 살리에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 끌려 망설임 없이 선택했어요. 사실 모차르트 같은 천재는 1%이고 나머지 99%는 다 살리에리인 셈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살리에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현대인들은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잖아요. 극의 배경은 옛날이지만 어떻게 보면 요즘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살리에리는 영화 <아마데우스> 속 모습일 것 같아요. 뮤지컬의 살리에리가 영화와 다른 점도 있나요?
영화에서는 살리에리가 장년으로 나오는데 저희 대본에는 서른아홉 살로 나와요. 제 나이가 또 삼십대 중반이라 캐릭터를 표현하기 딱 좋은 조건이죠. (웃음) 살리에리는 고지식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인데, 자신은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쓰지 못했던 천상의 멜로디를 모차르트가 써내니까 엄청난 질투와 고뇌를 느껴요. 뮤지컬에는 그런 살리에리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젤라스’라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해요. 살리에리와는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극 말미에 그의 정체가 반전을 주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살리에리처럼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낀 적이 있나요?
질투는 시도 때도 없이 느끼죠. 저는 노래보다도 연기할 때 그런 걸 많이 느껴요. 노래에 대한 테크닉이 열 가지가 있다고 치면, 연기에 대한 테크닉은 수백 개는 되는 것 같아요. 슬픈 장면이라고 무조건 슬프게 연기하는 게 최선은 아니잖아요. 그런 어떤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항상 꿈꾸는데, 다른 배우가 제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그런 연기를 해낼 때 질투가 나죠. 이건 질투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저와 같이 살리에리 역을 맡고 있는     (정)상윤이에게도 놀랄 때가 많아요. 저는 대본을 보면서 한 장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윤이는 전체적인 그림을 잘 보더라고요. <살리에르>는 이전까지 제가 주로 해왔던 라이선스 작품과 달리 창작이고 또 초연이다 보니까 연습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야 했는데, 상윤이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던 장면들이 스르륵 풀리곤 했어요.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아요.

서른 살 나이에 뮤지컬에 데뷔하여, 남보다 뒤처졌다고 느낀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스물한두 살 먹은 나이 어린 배우들이 나와 같은 작품에 서는 걸 보면, 나도 저 나이 때 시작했으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노하우가 쌓였을까 하는 부러운 생각이 들곤 하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어느 날 갑자기 슥 나타나서는 작품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요.

운명처럼 <모차르트!>와 같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게 됐어요. 현실에서까지 라이벌 구도가 이어지는 듯한데 부담감은 없나요?
혹자는 극장 사이즈부터 2인자라고 얘기하는데, <모차르트!>는 이미 여러 차례 공연된 라이선스 작품이고 저희는 초연하는 창작 작품인 만큼, 각자의 매력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저희 작품에는 실제 모차르트의 음악이 편곡되어 사용됐는데, 연습 때부터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 만큼 좋거든요. 아마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분들 역시 색다른 재미를 느낄 거예요.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니 모차르트가 연상되기도 하는 걸요.
제가 살리에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 질투는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거든요. 제 인생의 신조가 천천히 가더라도 거꾸로 가지는 말자예요. 지금 확 앞서지 않고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퇴보하는 일 없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도 제 나름의 매력으로 헤쳐 나가야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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