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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랭보> 혼자 걷는 길 [No.219]

글 |안세영 사진 | Illustrator | 이야기 2022-12-05 783

<랭보>
혼자 걷는 길 

 

 

돌아오는 배 위에서 우리는 태양과 바다가 하나로 뒤섞이는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어. 랭보, 너도 분명 이 풍경을 보았겠지? 어릴 적부터 넌 항상 꿈을 꾸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어.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 저 너머,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런 너를 좋아했지만 때때로 홀로 남겨진 기분에 외로워지기도 했어. 네가 보는 것을 나도 보고 싶다고, 너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 특별한 삶만이 ‘진짜’ 삶이라고 믿었으니까. 내가 사는 이 삶도 진짜 삶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 채…. 

 

네가 왜 베를렌느와 나를 아프리카까지 불러들였는지 알겠어. 진짜 삶을 찾아 헤매는 우리 두 사람에게 네가 찾은 진정한 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거지? 섭씨 50도가 넘는 이 지옥에서 말이야. 앞으로도 나는 줄곧 길 위를 헤매겠지. 하지만 이제는 온전히 혼자서 나의 길을 걸어갈 용기가 생겼어.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갈 거야. 아, 오늘 스케치북의 마지막 장에 그림을 그렸어. 뭘 그렸는지 궁금해? 베를렌느는 맞추지 못했지만 너라면 알아볼 거야. 분명.

 

(!) <랭보>는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와 그의 시에 마음을 빼앗긴 또 다른 시인 베를렌느, 랭보의 고향 친구 들라에의 이야기다. 이 글은 들라에 역 조훈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베를렌느와 들라에가 아프리카에 있는 랭보의 마지막 시를 찾은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9호 2022년 1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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