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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스토리Q 뮤지컬 피칭데이>, 가능성을 발견한 시간 [No.195]

글 |박보라 사진제공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2019-12-06 3,843

<스토리Q 뮤지컬 피칭데이>

가능성을 발견한 시간



 

11월 14일 성수아트홀에서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스토리Q 뮤지컬 피칭데이>(이하 <스토리Q>)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진행한 <스토리Q> 멘토링 프로그램의 뮤지컬 분야 성과를 발표한 자리였다. <스토리Q> 멘토링 프로그램은 신인 창작자 육성 및 역량 강화를 목표로 출발, 첫 해인 올해는 연출가, 작곡가 및 음악감독, 영화감독 등 13명의 전문가 멘토의 지도 아래 26명의 신인 창작자가 영화, 연극, 뮤지컬 분야의 작품을 개발했다. 뮤지컬 분야에서는 조용신 CJ아지트 예술감독, 오루피나 연출가, 최종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주임교수, 양주인 음악감독이 멘토로 참여했다. 올해 <스토리Q>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8명의 작가, 작곡가 교육생들이 팀을 이뤄 신작을 개발했으며, 총 12편의 작품이 이번 피칭데이를 통해 발표됐다. 여기 작가와 작곡가 멘티가 팀을 이뤄 창작한 네 작품을 소개한다.  



 

<스토리Q>의 첫 문을 연 작품은 작가 헨릭 입센과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에피소드를 토대로 탄생한 다. 입센과 뭉크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예술가들로, 1906년 뭉크가 입센의 <유령>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뭉크는 자신과 입센의 희곡 속 인물을 동일시하며 진지하게 희곡 속으로 빠져들었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졌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연 개막을 앞두고 입센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뭉크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그는 <유령>의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이어 그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했다고 평가받는 ‘Life Of Frieze’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뮤지컬은 입센이 죽은 후 뭉크가 <유령>의 작업을 이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의 송현정 작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제작 취급을 받았던 두 사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과 서로가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표현하는 것에 고민했다”고 밝혔다. 박슬기 작곡가는 뭉크의 고통과 절망을 한 대의 피아노 선율로 표현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화음과 박자가 불완전한 재즈 스타일로 표현해 독특한 음악 컨셉을 만들어냈다. 특히 입센의 뮤지컬 넘버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헤르메스 캐릭터에서 힌트를 얻어 색다르게 발전시켰다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임에도 뭉크가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령들과의 에피소드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어 발표된 <스푸트니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뒷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으로,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결과가 비군사적인 단일 기구로서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NASA의 비전이 되었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공위성 발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소련의 돌발 행동 안에 담긴 진실을 담담하게 풀어내 서로 다른 이념 속에서도 인류애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선택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또한 냉전 시대와 미지의 우주를 대비시키는 동시에 캐릭터들이 느끼는 고민과 낭만을 다채롭게 표현한 것이 눈에 띄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애틋한 여운을 남기는 음악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은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냉전 시대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사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특별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고민했단다. 

세 번째 작품은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미를 준 <슈가크래프트>다. 쇼케이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웃음이 나온 <슈가크래프트>는 서른 살 대한민국 청년 강탁수가 취준생 생활 끝에 대기업 달콤제당에 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강탁수는 입사 후 달콤제당에서 자사 제품을 먹지 않는 행위는 해고될 수 있는 중대한 사유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에게는 설탕을 전혀 먹지 못하는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다. 아슬아슬하게 약점을 숨기며 회사를 다니던 탁수는 어느 날 회사 제품 샘플을 먹던 사원들이 좀비로 돌변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작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초콜릿을 즐겨 먹었던 석혜미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유진 작곡가와 ‘참을 수 없는 초콜릿을 향한 식욕이 나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제품이 문제가 아닐까?’라는 가벼운 농담을 나누었고 이것이 <슈가크래프트>의 시작이었다. 창작 초반에는 설탕을 비롯해 다이어트, 패션, SNS 등 현대 사회의 여러 중독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 장르를 생각했지만, 멘토링을 거치면서 ‘병맛’ 코미디로 노선을 틀었다. 신유진 작곡가는 장면마다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분위기를 차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B급 뮤지컬’이 탄생했다는 평을 얻었다. 

마지막 작품은 로, 8개월 전 존슨미술관 테러 사건으로 여동생을 잃은 오스카가 주인공이다. 사건 이후 오스카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나 심리 상담실과 존슨미술관 사고 희생자 유가족 서포트 그룹만 오간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초능력이 생겼는데, 자신의 힘을 전혀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비밀스러운 변화를 말할 수 없는 오스카는 의도치 않게 공사 중인 건물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박스를 공중에 멈추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애나 조가 오스카의 놀라운 능력을 목격하게 된다. 

전동민 작가는 최근 쏟아져 나온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며 진정한 영웅의 자질에 대해 고민했고,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된 사회적 이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도 관심을 가지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너그럽게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주희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판타지스러운 분위기와 사이버 공간을 강조하려 했다.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귀여운 기계음이 강조된 뮤지컬 넘버는 마블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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