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산업의 새로운 파트너, 공연예술통합전산망
투명한 경쟁을 위하여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스템을 구축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은 관객 수, 매출액, 예매율 등의 정확한 공연 정보 수집을 위해 탄생했다. 지난 6월 25일 개정된 공연법 시행 이후, KOPIS는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와 공연 제작사·극장 홈페이지 내 자체 예매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KOPIS 홈페이지에는 현재 수집된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장르별, 기간별 예매 상황 순위와 지역별, 장르별로 분류된 총 매출액과 총 관객 수만 확인 가능하다.
본격적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시행을 앞두고 공연 제작사들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2014년부터 운영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활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공연 제작사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공정성이 KOPIS의 실효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최근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들의 등장으로 정확하게 장르를 분류하기 어렵고, 비상업적 공연과 상업적 공연을 같은 기준으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KOPIS는 뮤지컬, 연극, 클래식, 오페라, 국악, 무용으로 공연 장르를 분류하고, 이 중 두 가지 이상 혼합된 장르를 따로 구분해 문제점을 차차 해결하고 있다. 또 공연 제작사들은 KOPIS에서 티켓 매출액을 수집하는 방법이 세부적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KOPIS는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나 제작사·극장 자체 예매 시스템을 통해 자동적으로 예매 내역을 수집해 전송받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제작사가 직접 판매하는 단체관람이나 기업 판매를 통한 티켓 판매 내역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현장에서 수기 작성을 통해 판매되는 티켓의 경우도 현재의 KOPIS 시스템에서 측정할 수 없다. 중소극장 작품의 경우 기업이나 학교를 통한 단체 관람이 대극장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티켓 판매 수치가 실질적인 티켓 판매율이나 좌석 점유율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대극장 작품은 전관 행사나 100인 이상의 단체 관람이 많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티켓이 판매되고 있어 KOPIS를 통해 수집되는 실질적인 티켓 판매율이나 좌석 점유율과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향한 기대
공연 제작사가 입을 모아 전하는 KOPIS에 대한 가장 큰 기대 요소는 수집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다면 공연 산업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재 국내 공연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실제 홍보나 마케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지표로서 활용이 기대된다. 공연 제작사 직원 A는 “제작사 입장에서 작품별 매출액이 공개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OPIS가 제작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예매 순위만 게재한다. 해당 예매 순위를 통해 다른 제작사 작품의 상황을 확인하고 마케팅이나 홍보 방안의 실행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KOPIS의 데이터베이스 분석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티켓 구매층의 세부적인 성향을 파악하고 특정 관객층을 겨냥한 마케팅 방안을 세우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소수의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공연 예매가 진행되는 현재 국내 공연 시장 상황에서 KOPIS는 새로운 홍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공연 제작사의 홍보 팀 B는 유명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될 수 있는 공연의 수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KOPIS를 통해 더욱 높은 공연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연계 관계자 C는 “일부 제작사들이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 내 판매 순위 경쟁을 위해 티켓을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KOPIS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티켓 판매와 순위 집계를 잡아내고 이를 예방할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제작사 관계자들은 KOPIS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투명하고 활발한 공연계 투자 유치와 자금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그동안 투자사는 투자를 진행하는 작품의 배우·창작진의 개런티, 투자 규모, 예상 수익 등 제작사 측이 작성한 내부 자료만 접할 수 있어 정보가 한정적이었다. 만약 KOPIS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타 작품의 흥행 내역이나 전 시즌의 제작 상황을 확인한다면, 분석 지표로도 발전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또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비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포스트프로덕션 단계에서 매출 축소를 조작하는 투자 사기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투자사의 자금을 보호하고 공연 산업의 투자 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공연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쌓인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공연 규모에 알맞은 제작비를 미리 추산할 수 있어 체계적인 공연 제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공연 제작사 관계자 D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공연 산업의 지표를 설정하는 계기”라며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는 공연 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 E는 “미국의 브로드웨이월드닷컴에서는 실시간으로 작품의 기간별 매출과 좌석 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 공연 산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갓 출발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한국 공연 산업의 발전과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물론 시행 초반에 언급되는 여러 문제점과 의견을 수집해 국내 시장에 알맞은 시스템을 찾아가며 꾸준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KOPIS를 향한 기대를 전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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