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통합전산망 시대의 시작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분산된 공연 티켓 예매 정보를 집계하여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공연 정보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6월 25일 공연 정보 제공을 의무화한 공연법 개정안의 시행과 함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부터 전산망을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향후 계획,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제작사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활용법
브로드웨이는 주별로 작품마다 총 티켓 판매액과 관객 수를 공개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회계 관리에 대한 믿음을, 관객은 작품 선택의 기준을, 제작자는 관객들의 취향을 알게 해주는 지표를 얻는다. 국내에도 공연 관련 정보를 통합하려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2014년부터 운영되었다. 2017년까지 국내 대표적인 대형 예매처 6곳과 연계하였으나 임의 동의한 제작사만의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이어서 데이터 포괄율이 38%에 불과했다. 지난 6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개정된 공연법이 시행되면서 앞으로 티켓 예매처, 기획사, 제작사, 공연장 등은 티켓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는 지금까지 집계된 데이터를 공개하는 한편, 조금씩 완성도를 넓히며 포함되지 않은 데이터를 추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8월 한 달 데이터만 이용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위치를 알아보고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뮤지컬 작품 수는 연극, 클래식 절반에도 못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 홈페이지의 DB 검색 섹션에서 조건 검색으로 8월 1~31일로 날짜를 지정하고 전체 공연을 검색하면 총 1,278개의 공연이 검색된다. 이 중 뮤지컬은 372편으로 클래식 다음으로 가장 많은 편수를 차지하고 있다. 뮤지컬 372편에는 아동 뮤지컬과 지역에서 공연한 뮤지컬이 포함된다. 통계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수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간파하기 위해서는 수치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해마다 일관된 지표를 유지해야 한다. 처음 지표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으면 그만큼 유의미한 통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잣대로 공연 작품 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올라가는 성인 뮤지컬 공연 수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에서 평균 두 달 이상 공연하는 작품과 타 지역에서 2~3일 하는 공연이 동일하게 한 작품으로 카운트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장기 공연을 하는 서울 공연의 작품 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시장의 규모와 성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또한 아동극은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가 모호하고 성인 공연 시장과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역 시장과 더불어 분리하여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KOPIS는 지역별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고, 아동극의 결과만 별도로 확인할 수 있어서 서울 지역 성인 공연의 결과를 알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단지 전체 결과에 아동극이 포함되어 있어 전체에서 이를 빼는 별도 작업을 해야 한다.
8월 한 달간 서울에 올라간 성인 뮤지컬 수는 77편으로, 전국(139편)의 55.4%가 공연되었다. 전국 단위로는 클래식(370) > 연극(272) > 뮤지컬(139) 순으로 많이 공연되고 있었으나, 서울만 한정한다면 연극(178) > 클래식(176) > 뮤지컬(77) 순이었다. 서울에 올라간 성인 공연 중 작품 수로만 따진다면 뮤지컬은 연극이나 클래식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 이것은 뒤에서 더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과 지역을 비율로만 비교하면 서울은 연극과 뮤지컬 장르가 많이 공연되고 지역에서는 클래식이나 복합 장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연했다.
인기 공연을 한눈에
예매상황판에서는 티켓 판매 순위를 알 수 있다. 이 코너의 순위는 해당 기간에 예매된 티켓 매수를 기준으로 한다. 즉 9월 관람 공연을 예매하더라도 8월에 예매했다면 그 수치가 8월에 포함되는 것이다. 반대로 8월 공연이라도 예매를 7월이나 그 이전에 했다면 포함되지 않는다.
8월 예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모두 서울 지역 작품이고 9위 <알앤제이>를 제외하면 모두 뮤지컬이다. 국내 공연 시장이 서울과 뮤지컬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결과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대부분 대극장 뮤지컬이고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300석 규모의 <사의 찬미>가 유일하게 7위에 올랐다. 예매상황판 코너는 판매 순위를 통해 현재 인기작을 확인할 수 있다. 예상한 대로 대극장 뮤지컬 중심으로 순위가 랭크되어 있다. 절대적인 판매량이 높은 뮤지컬과 비교하지 않고 장르별로 판매량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형화된 상업성 공연들이 높은 순위에 오른다. 소규모로 짧게 공연하는 작품들이나 새로운 시도의 작품들은 랭킹에 들기 힘든 구조다. 랭킹은 철저히 작품의 시장적 판단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 비평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KOPIS가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고, 비평적 기능까지 요구하는 것이 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작자가 신인이거나 소규모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랭킹에 소외될 것이 분명한 구조라면 이를 보완할 만한 대책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비평가들의 리뷰나 별점, 또는 소외받는 작품 중 우수작의 리뷰나 판매순 이외에 또 다른 기준으로 랭킹을 마련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
뮤지컬 매출액 공연 시장의 75.7% 점유
한국 공연 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매출액과 관객 수는 공연통계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8월 동안 공연한 전 장르의 작품 수는 1,255편, 8월에 개막한 작품은 908편, 공연 횟수는 10,938회, 매출액은 28,778백만 원, 관객 수는 1,085,507명이다. 이 수치는 공연 예매처나 공연장, 제작사 등에서 발권한 티켓 수를 합한 것이다. 관객 수에는 유료 관객과 무료 관객이 포함되어 있으며, 발권하지 않고 현장에서 수기로 판매한 티켓이나 최근 마케팅 방식으로 종종 이용되는 소셜 커머스 판매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판매된 매출액이나 관객 수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KOPIS에서는 개별 관계 기관의 데이터를 포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KOPIS 통계에 따르면 뮤지컬은 전체 공연에서 차지하는 작품 수 비율은 29.4%에 불과하지만 공연 횟수는 45.1%로 절반에 가깝고, 매출액은 무려 75.7%, 관객 수는 55.6%에 이른다. 뮤지컬은 전체 공연에 비해 공연되는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공연 시장의 절대적인 관객 수와 매출액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형 공연장에서 장기 공연하면서 비싼 가격의 티켓을 유료로 판매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터파크 데이터에 의존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에서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였다. KOPIS의 8월 한 달간 통계를 보면 뮤지컬 매출액 비율은 75.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공연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콘서트 시장이 KOPIS 통계에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KOPIS가 집계를 시작할 당시 콘서트 장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올해 6월 이후 공연법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 콘서트 관련 정보 역시 수집은 하고 있지만 집계 노출은 하지 않고 있다. 콘서트 장르의 집계 방식과 장르 내 구분 방식 등 업계와의 다양한 논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선 도표의 수치는 아동극을 포함한 것으로 통계 설정에서 이를 제외하면 성인 공연에 대한 자료를 별도로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계 설정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선별하여 얻을 수 있다. 서울과 기타 지역을 나누거나 지역 시장을 특정해서 해당 시장의 상황을 살펴볼 수도 있다.
장르별 세부 기준 마련 필요
통계 설정에서 소극장(300석 미만), 중극장(300~1,000석), 대극장(1,000석 이상)별로 뮤지컬 시장을 살펴보면 위의 표와 같다. 대극장 뮤지컬은 전체 뮤지컬 중 25.5%에 불과하지만 뮤지컬 관객의 47%가 대극장 뮤지컬을 관람했으며 매출액은 거의 70%에 육박한다. 반대로 소극장 뮤지컬은 작품 수는 32.2%로 대극장 뮤지컬보다도 많지만 소극장 뮤지컬 관객 비중은 6.3%, 매출액은 3.8%에 불과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규모와 성장을 이끄는 것은 대극장 뮤지컬이라는 것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통계 설정을 통해 좀 더 디테일한 분석도 가능하지만 단지 하나 아쉬운 것은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뮤지컬은 내한 공연과 창작 공연 중간에 위치한 라이선스 공연 형태가 시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뮤지컬만의 예외적인 상황이어서인지 장르의 형태에서 국내 공연과 내한 공연만 구분해 두었을 뿐 라이선스 영역을 따로 두지 않았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성장해 왔다. 이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고민이 상당한데 현재의 KOPIS의 데이터로는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알기가 어렵다. 즉 어떤 정책을 폈을 때 창작뮤지컬 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간파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연극 분야에서도 초연과 재연, 순수 창작과 외국 원작의 공연 등에 따라 파악할 요소가 많은데 이를 파악할 수 없다. 시장 전체의 통계도 중요하지만 해당 장르의 발전을 도모하고 세부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개별 장르마다 요구하는 통계가 따로 있다. 전체 장르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장르별 비교가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개별 장르마다의 특성을 반영한 통계 수치가 나와야 해당 장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뮤지컬만 놓고 본다면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의 구분이 그것이다. 이미 국내 최대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는 뮤지컬 장르를 창작, 라이선스, 내한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다른 예매처나 제작사 정보를 통합한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통계 설정을 통해 기간별, 지역별, 장르별, 가격대별, 국내/내한별, 공연시설별로 기간을 설정하여 통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위의 표는 2019년 8월에 공연된 장르별 수치이다. 공연시설별 통계에 들어가면 전국 586개 공연장의 통합된 수치를 살필 수 있다. 기간 설정을 잘한다면 해당 공연의 관객 수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시설별 통계에서는 매출액을 노출하지 않아 개별 공연의 매출액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관객 수는 유료와 무료가 포함하여 티켓이 발권된 수치이기 때문에 관객 수를 통해 해당 작품의 흥행에 대한 감을 대략적으로 잡을 수 있을 뿐이다.
KOPIS는 월별 보고서를 통해 공연 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지금은 시스템이 완성되었다기보다는 완성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라 집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보충해 간다면 한국 공연 시장의 변화를 데이터로 들여다볼 수 있는 진단서가 될 것이다. 그 길에 이르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협조, 그리고 담당 기관의 굳건한 의지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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