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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더뮤지컬이 뽑은 올해의 창작뮤지컬 [No.183]

정리 | 안세영 2019-01-02 4,806

2018 뮤지컬 결산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됐다. 올해 뮤지컬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기록할 만한 이슈 되짚기와 한 해의 작품 점검까지, 2018년 세밑에 마침표를 찍기 전, 올해의 뮤지컬계를 결산해 본다. 


 

더뮤지컬이 뽑은 올해의 창작뮤지컬

 

<더뮤지컬>이 올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을 선정했다. 부문별로 다섯 편의 후보를 놓고 최고작을 가린 결과, 작품상, 극작상, 작곡상 모두 만장일치로 <레드북>에 돌아갔다. 다음은 후보에 오른 각 작품에 대한 기자들의 심사평이다. 

*외부 참여자  <스테이지톡> 최영현 기자 

 

작품상
<레드북>  <용의자 X의 헌신>  <웃는 남자> <전설의 리틀 농구단>  <태일>
극작상
<레드북> 한정석, <붉은 정원> 정은비, <용의자 X의 헌신> 정영, <전설의 리틀 농구단> 박해림, <태일> 장우성
작곡상

<레드북> 이선영,  <모래시계> 오상준, <붉은 정원> 김드리, <용의자 X의 헌신> 원미솔,  <태일> 이선영

 


 

<레드북>

박병성_ 드라마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브로드웨이식 극작술을 보여준 작품이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다만 무대와 연출이 극작에 비해 세련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배경희_ 서로 다른 두 인물이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어느 한 명에 치우치지 않고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이 담겨 좋았다. 성장 과정에 개연성도 있다. 또 뮤지컬 어법에 잘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그 음악이 테크닉만 뛰어난 게 아니라 생동감이 있어서 좋다. 

최영현_ 캐릭터도 생동감이 넘친다. 주연과 조연 모두 개성이 뚜렷한데, 그럼에도 누구 하나 튀지 않고 극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게 놀라웠다. 음악과 가사도 재치가 있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공존하는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도 높은 점수를 살 만하다. 결말부 재판 장면의 설득력이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는 최근 나온 창작뮤지컬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한다. 

박보라_ 지난해 시범 공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꼼꼼히 고쳤다. 관객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창작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용의자 X의 헌신>

배경희_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인데, 원작을 모르고 봐도 내용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점에서 소설 원작 뮤지컬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해 갔다. 무대와 음악이 통일성 있게 작품 분위기를 전달하고, 모든 장면이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최영현_ 이 작품의 미덕은 원작을 무리 없이 풀어냈다는 점이다. 뮤지컬만의 특색을 찾겠다고 무리하게 뭘 더하거나 빼지 않았다. 관객이 이중 트릭을 유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리물로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추리 과정을 별다른 무대 전환 없이 조명과 연출만으로 영리하게 구현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람은 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란 원작 소설의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세영_ 대다수 추리 뮤지컬이 추리 과정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심리에 포커스를 맞추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사건의 진실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또한 추리 과정 외에도 이시가미와 유카와의 우정, 이시가미의 야스코에 대한 사랑이 골고루 담기게끔 드라마의 균형을 잘 맞췄다. 전형적인 뮤지컬 음악은 아니지만, 각 장면의 분위기를 잘 살린 음악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가사가 너무 추상적이라 극적인 기능은 떨어졌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

최영현_ 관객과 ‘밀당’하는 작가의 스킬이 돋보였다. 청소년의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배꼽 잡게 웃기다가도 다음 순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좁은 무대를 열심히 뛰어다니며 농구를 하는 신인 배우들의 에너지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다만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약하고 여성 캐릭터가 너무 소모적으로 쓰인 점이 아쉽다. 

박병성_ 주인공 수현이 귀신에 빙의되는 중반부까지는 흥미롭게 봤는데, 후반부에 코치가 주인공으로 나서니까 누구의 이야기를 따라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안시은_ 반전은 예측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감동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학원물과 스포츠물이 결합된 가벼운 청소년극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회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다. 안산에서 서울 공연으로 넘어오면서 합류한 신선호 안무가의 안무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안세영_ 농구 동작을 응용한 안무가 신선했다. 시각적으로 예쁜 안무라기보다는 드라마와 잘 어우러진, 뮤지컬다운 재미가 있는 안무였다. 귀신과 귀신에 빙의된 수현을 무대 위에서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안산문화재단에서 만든 작품이다 보니 세월호 참사가 연상된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바닷가에 등장하는 장면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태일>

배경희_ 실존 인물의 삶을 무대 위에서 재조명하는 ‘목소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제작사에서 주도한 것이 아닌 마음 맞는 창작자끼리 모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는데, 그 작품이 재공연을 할 만큼 열띤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안시은_ 작품 자체도 여러모로 독특했다. 배우가 중간중간 극에서 빠져나와 역할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내레이션을 한다. 또한 극장을 영화 세트장처럼 꾸며 실제 태일이 살았던 그 시절, 그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선영 작곡가의 음악도 좋았다. 이선영 작곡가는 작품마다 다른 색깔의 곡을 들려줘서 놀랍다. 

안세영_ 노동 운동, 분신자살이라는 소재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태일의 따뜻하고 다정한 면모에 포커스를 맞추니까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쉽다. 각 장면이 끝날 때마다 초를 켜는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자기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초는 태일이란 인물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소품이었다. 마지막의 분신자살은 무대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붉은 조명만으로 표현했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연출이었다. 



 

<웃는 남자>

박병성_ <프랑켄슈타인> 이후 대형 창작뮤지컬의 흥행 계보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다. 뮤지컬은 대중 예술이고, 특히 대극장 뮤지컬은 음악과 비주얼에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 <웃는 남자>에는 국내 관객이 좋아하는 파워풀한 고음역대의 음악이 포진해 있고, 가요처럼 음악만 따로 떼어놓고 들어도 귀가 즐겁다. 화려한 무대도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특히 웃는 입의 형상을 장면마다 적절하게 활용한 무대가 눈에 띈다. 예컨대 의회 장면의 반원형 의석은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점으로 만들어졌는데, 하층민으로 살아온 그윈플렌이 권력층에게 이야기하는 장면과 잘 맞아떨어졌다. 

최영현_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단연 무대다. 상대적으로 극작은 허술했다. 음악도 한 곡씩 떼어놓고 들으면 좋지만 드라마 전개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의회 장면에서 부르는 ‘웃는 남자’는 단조로운 선율과 가사로 클라이맥스에 걸맞는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효신과 수호라는 스타 캐스팅 없이도 이 작품이 흥행했을지는 의문이다. 



 

<붉은 정원>

박보라_ <붉은 정원>의 원작 소설은 아들의 시점에서 쓰였는데, 뮤지컬은 지나와 아버지의 심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클래식한 음악이 시대 배경과 잘 맞았고, 특히 세 인물을 대변하는 악기를 설정해 활용한 점이 좋았다. 

최영현_ 정은비 작가는 올해 러시아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붉은 정원>, <카라마조프>에서 뛰어난 각색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결말까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김드리 작곡가는 전작 <줄리 앤 폴>에서도 프랑스라는 배경을 잘 살린 음악을 선보였다. <붉은 정원>의 음악 역시 소극장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인물의 심정을 섬세하게 잡아냈다.



 

<모래시계>

박병성_ <모래시계>는 태수, 혜린, 우석을 중심으로 세 젊은이가 혼란스런 시대 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과정을 세 인물의 테마곡을 통해 음악적으로 잘 풀어냈다. 가사와 멜로디도 서로 잘 어울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3호 2018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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