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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CULTURE PREVIEW] <적로>, 예인의 붉은 핏방울 [No.183]

글 |박보라 사진제공 |돈화문국악당 2018-12-07 3,698

<적로>, 예인의 붉은 핏방울



지난해 초연한 음악극 <적로(부제: 이슬의 노래)>가 다시 돌아온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 대금 명인 박종기와 그의 절친한 벗 김계선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박종기는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진도아리랑을 창작한 예술가다. 그는 엄청난 연습량으로 밤낮없이 대금을 불어 신접한 경지에 이르렀고, 그의 연주에 산새가 날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박종기는 죽는 순간까지 악기를 연주하다 세상을 떠날 정도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또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궁중 악사였던 김계선은 민요, 무가 반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악기의 속이 비어 있듯, 사람도 비워야 남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말을 남기며, 훌륭한 인품과 따뜻한 인간됨으로 주위의 인정을 받았다. 

‘적로’는 예술가의 혼이 서린 악기 끝에 맺힌 핏방울이란 의미다. 작품은 예술혼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놓은 두 예인을 통해 우리네 인생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1941년 가을 경성을 배경으로, 고향 진도로 내려가겠다는 종기와 그의 소리를 잘 알아주는 계선이 이별주를 마시며 시작된다. 젓대 연주로 명성이 자자하던 두 사람 앞에 의문의 인력거꾼이 등장하고, 그가 데려다준 곳에는 십수 년 전 불현듯 사라져버린 기생 산월이 나타난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삼식 작가가 대본을 맡았는데, 덧없지만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 한평생을 헤매는 예술가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최우정 작곡가는 전통적인 진혼곡과 스윙재즈,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작품 속에 녹여냈고, 안무가 겸 무용가 정영두는 세밀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배우들이 작창에 적극 참여해, 더블 캐스팅된 배우마다 개성 있는 소리와 연기로 각기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대금 산조의 창시자 박종기는 안이호와 이상화가 맡았고, 박종기의 친구 김계선으로는 정윤형과 조정규가 출연한다. 이외에도 하윤주, 조의선 등이 출연한다. 
 
12월 7~30일     
02-399-114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3호 2018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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