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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자수 놓는 이야기 [No.181]

글 |안세영 사진제공 |이야기 2018-10-15 6,327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공연계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용어, 마니아. 하지만 공연을 향한 마니아들의 사랑과 그 힘으로 완성되는 재능의 크기는 상상을 넘는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겨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명의 마니아와 팬심이라는 위대한 사랑이 낳은 팬아트 11선, <최후진술>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팬들의 열정 어린 메모리북 제작 과정까지. 지금부터 당신을 상상 초월 마니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서편제>의 송화와 유봉

자수 놓는 이야기

이야기는 공연을 테마로 그림을 그리고 자수를 놓는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취미 삼아 뮤지컬 팬아트를 그리다가 현재는 그림과 자수를 결합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공연의 분위기에 맞춰 진짜처럼 정교한 꽃을 수놓는다.



<위키드>의 엘파바와 글린다

어떻게 공연을 좋아하게 되었나요?
대학생 시절 뮤지컬을 좋아하는 주변 친구들을 따라 공연을 보기 시작했어요. 평소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는데 뮤지컬은 음악만 들어도 이야기가 함께 느껴지는 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뮤지컬 넘버를 찾아 들었어요. 그러다가 <서편제>에 치여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입덕했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회전문을 돌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테마로 한 자수를 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디자인 문구사에서 일러스트 그리는 일을 하다가 회사를 나와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나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그림과 자수를 결합한 형태의 작품을 고안했죠. 자수는 책을 보고 독학했어요. 국내에는 리본 자수 관련 서적이 거의 나와 있지 않아서 두껍고 비싼 해외 서적을 종류별로 사서 읽었어요. 이후 트위터에 샘플을 올리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죠. 사실 공연을 테마로 한 작품만 만드는 건 아닌데, 전부터 트위터에 뮤지컬 팬아트를 그려 올렸기 때문에 뮤지컬 팬분들도 관심을 갖고 주문을 넣어주신 것 같아요. 물론 <위키드>나 <서편제>처럼 제가 좋아서 만든 작품도 있고요.



<사의 찬미>의 사내 

자수 제작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예전에는 원단에 직접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은 원단을 출력해 주는 업체를 찾았어요. 컴퓨터로 그림을 완성해서 출력을 넘기고, 원단이 나오면 그 위에 디테일한 부분을 덧그리거나 색을 덧입혀요. 덕분에 작업 시간이 줄고 좀 더 복잡한 일러스트가 가능해졌죠. 그런 다음 자수를 놓아요. 재료는 꽃의 종류와 사이즈에 따라 달라져요. 주로 실크나 폴리 소재 리본을 사용하는데, 꽃의 사이즈가 크고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한 경우 아예 조화를 만들기도 해요. 원단을 꽃잎 모양으로 한 장 한 장 잘라 꽃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이라 손이 많이 가죠.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2017년 <서편제>의 이자람, 서범석 배우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있어요. 극 중 두 배우의 모습을 그리고 당시 공연 포스터를 장식했던 목련을 수놓았죠. 그런데 완성본을 제가 직접 선물한 게 아니라 극장 직원을 통해 전달한 거라 배우분께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인증샷 좀 올려 주세요, 흑흑….

자수를 제작하면서 겪은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벤허>의 박은태 배우를 그린 작품은 공연 개막 직전에 주문이 들어왔어요. 어쩔 수 없이 공개된 컨셉 사진만 보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개막하고 보니 헤어스타일이 바뀐 거예요! 다행히 본격적인 작업 전에 알게 되어 아슬아슬하게 수정할 수 있었죠.



<벤허>의 벤허 

남들은 잘 모르는 제작에 따른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매번 주문에 맞춰 새로운 꽃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고충이라면 고충이죠. 하지만 계속해서 새롭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런 도전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재료를 찾는 데 애를 먹었어요. 특히 조화를 만들 때 필요한 꽃잎처럼 하늘거리는 원단을 찾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샅샅이 뒤졌죠. 원단 출력 업체를 찾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렇게 소량으로 한 마씩 주문을 받아주는 곳이 드물거든요. 그 가운데서도 출력된 원단과 원본의 색감이 잘 맞는 곳을 찾느라 고생했죠. 

자수 제작과 관련해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 있나요?
그림과 자수가 결합된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싶어요. 지금은 수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프레임을 찾고 있어요. 또 판매용 외에도 개인적으로 여러 뮤지컬 작품으로 시안을 짜보고 있는데, 작품 내에 꽃이 나오지 않는 이상 꽃 자수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의미 없이 예쁘게만 보이는 건 싫거든요. 작품과 자수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잘 연결시키는 게 제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해요. 



<나폴레옹>의 탈레랑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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