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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코스프레하는 서율 [No.181]

글 |배경희 사진 |이배희 사진제공 |서율 2018-10-15 7,107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공연계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용어, 마니아. 하지만 공연을 향한 마니아들의 사랑과 그 힘으로 완성되는 재능의 크기는 상상을 넘는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겨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명의 마니아와 팬심이라는 위대한 사랑이 낳은 팬아트 11선, <최후진술>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팬들의 열정 어린 메모리북 제작 과정까지. 지금부터 당신을 상상 초월 마니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록키호러쇼> 공연장 포토존에서 촬영한 프랑큰 퍼터 코스프레 사진. 물론 의상이며 가발, 소품은 모두 직접 준비한 것이다. 

코스프레하는 서율

취미로 코스튬 플레이를 즐기는 입덕 3년 차의 열혈 관객. 특정 소속 없이 공연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이 같은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데, 최근에는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와 자넷 와이즈, 마젠타, 세 캐릭터를 코스튬 플레이해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작품 컨셉 사진 배경과 똑같이 꾸며 놓은 포토존을 보고 이건 나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는 <프랑켄슈타인>의 ‘줄리아’와 ‘에바’!



<팬레터> 코스프레 사진 속 배경은 실제 <팬레터> 컨셉 촬영이 진행된 장소와 동일하다는 사실! 게다가 히카루의 생일인 3월 4일에 촬영을 진행했다. ⓒ코미

언제 어떻게 공연을 보기 시작했나요?
제가 공연을 보기 시작한 건 <프랑켄슈타인> 재연이 진행 중이던 2016년 2월부터예요. 우연히 고속터미널 지하철역에 걸린 광고 사진 속 최우혁 배우와 눈이 마주쳤는데, 이 공연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로 뮤지컬에 빠져 꾸준히 공연을 즐기고 있죠. 주·조연뿐 아니라 앙상블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가 있으면 차기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 보고 있어요.

공연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계속 공연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혼자 코스프레를 하라 그랬으면 못 했을 텐데, 지인들과 함께하다 보니 즐겁게 할 수 있었죠. 공연 코스프레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라면, 공연을 볼 때 의상을 주의 깊게 보게 된다는 거예요. 저 부분은 어떤 원단을 썼으며, 또 얼마나 필요할까.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봐요. 

의상 관련 전공자였거나 관련 업무 이력을 갖고 계신가요?
아뇨,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100퍼센트 취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거든요. 중학교 때 학교에 코스프레부가 있었는데, 친구 따라 그 동아리에 들어갔던 게 지금 취미 생활에 가장 영향을 준 경험인 것 같아요. 직접 의상을 만들기 시작한 건 재봉틀을 사면서였는데, 처음엔 기성복을 잘라 패턴을 보고 따라 만들었어요. 요즘엔 제가 패턴을 변형해 가며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곤 하죠. 재료는 보통 동대문 시장과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최대한 비슷한 것들로 찾아내고요. 간단한 의상은3일 정도면 만드는데, 복잡한 의상은 제작 기간을 오래 잡고 시간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완성해요.  

남들은 잘 모르는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고충이 있나요?
뮤지컬 캐릭터 의상은 평소에 입을 일이 없는 화려하고 독특한 옷일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의상 준비가 정말 힘들어요. 또 의상 외에 가발이나 장신구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고요. 보통 한 벌을 제작하는 데, 대극장 공연을 몇 번 볼 수 있는 비용이 들어가니까 자주 하기도 어렵죠. 코스프레 사진 촬영에도 어려움이 따라요. 작품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거든요. 



오사카의 코스프레 스튜디오에서 찍은 <프랑켄슈타인> 괴물 코스프레 사진. 해당 스튜디오가 오픈된 공간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찍은 <스모크> 코스프레 사진은 마땅한 스튜디오를 찾지 못해서 바다에서 야외 촬영을 하게 된 거예요. 극 중 초, 해, 홍이 바다에 가고 싶어 했던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런데 올해 여름이 엄청 더웠잖아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노을이 지기 전에 해변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그 많은 인파를 피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사진을 찍느라 고생했죠. <프랑켄슈타인>의 경우엔 국내에 19세기 유럽 분위기가 나는 실험실이 없어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코스프레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을 진행했어요. 당시 여행 겸 간 거라 큰 캐리어에 짐을 챙겼는데, 공간의 절반을 차지한 게 빅터 코트였죠! 조명도 따로 들고 갔고요. 함께 고생하며 도움을 주는 분들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공연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키드>나 <레베카>, <레드북>처럼 여성 주인공 극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이뤄지길 바라고요. 공연을 보면서 이 역할은 여배우가 해도 정말 멋지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거든요. 이번 <더데빌>에서 차지연 배우가 남자 배우들과 함께 X화이트와 X블랙에 캐스팅된 것을 보고 매우 기뻤답니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 코스프레의 주인공은 <사의찬미> 윤심덕!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진 미용실에 들르느라 촬영장에 지각했지만, 사진작가가 빠르게 촬영을 진행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단다. ⓒ코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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