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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사의 찬미> 곽선영 [NO.166]

글 |배경희 사진 |표기식 2017-08-01 5,851

변함없는 맑음


지난 2013년 초연된 <사의 찬미>에서 곽선영의 출연을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비극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한 픽션의 팜므파탈 캐릭터는 그녀가 배우로서 걸어온 길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편견에 맞서 자신의 커리어를 확장했던 그녀가 오랜만에 다시 윤심덕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2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배우’로 돌아온 곽선영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그런지 주위에서 많은 격려를 받았어요. 출연하기로 했을 땐 별로 실감을 못했는데, 그런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면 갑자기 제가 공연한다는 사실이 피부에 확 와 닿더라고요. 하루는 친한 동료한테 떨린다고 했더니, 엄살 피우지 말래요. 그 말에 힘이 났어요. 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요. 믿어주는 만큼 그 이상을 해내기 위해 몇 배는 더 노력해야겠죠.”


지난 2015년,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의 찬미>에서 하차하게 된 그녀가 다시 이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연습에 들어가기 직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어요. 물론 임신은 제게 축복 같은 일이었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잖아요. 그게 늘 마음에 남았어요. 만약 제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연락을 주셨죠.” 아내와 엄마 역할에 충실했던 지난 2년 동안 배우라는 본분은 잠시 내려놓고 지냈지만, 언젠가 <사의 찬미>로 다시 무대에 서야겠다는 마음만큼은 잊지 않았다는 그녀. 2006년 창작뮤지컬 <달고나>로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갖는 휴식기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십 대 때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쉼 없이 이것저것 새로운 작품을 하느라 바쁘게 달렸죠. 그런데 쉬는 동안 돌이켜보니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것도 좋지만, 무조건 캐릭터를 욕심내기보단 연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이때에 다시 한 번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사의 찬미>를 만난 것은 더없이 기쁜 일이다. 지금껏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을 만큼 스스로에게 냉정한 편이지만, <사의 찬미>의 윤심덕은 유독 많은 아쉬움을 남긴 캐릭터이기도 하다. “팜므파탈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보니 이런 분위기의 캐릭터를 맡은 것은 윤심덕이 처음이었어요.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제안받았다는 사실에 내심 기뻤는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죠. 괜히 나와 맞지 않은 옷을 입으려 했다 나도 불편하고 보는 관객들도 불편하면 어쩌지 하고요. 처음엔 터프하고 섹시한 팜프파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연출님께서 큰 틀 안에서 각자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맡겨주셔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죠.” 초연과 재공연에 이어 세 번째 다시 윤심덕의 옷을 입어야 하는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시대를 앞서간 여인 윤심덕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농도 짙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하나 변하지 않는 생각은 윤심덕이 수많은 남성과 염문을 뿌리고 다닌 자유연애주의자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일편단심인 여인이에요.” 연습에 들어가기 앞서, 지난 대본과 역사 자료를 다시 찾아보고 있다는 그녀의 얼굴은 생기가 넘친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 무대에 서면 행복해요. 무대 위에서 저도 모르게 캐릭터와 훅 만나게 되는 순간이 생기는데, 그럴 때 정말 행복하죠. 물론 배우 생활 중간중간에 힘들었던 때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무대에 서는 동안 제 마음은 항상 뜨거웠던 것 같아요.” 공백을 깨고 돌아온 만큼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는지 묻자,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물론’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예전만큼 많은 작품을 할 순 없겠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은 학생의 마음이거든요. (웃음) 여전히 좋은 배우가 되길 꿈꾸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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