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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지킬 앤 하이드> 이중성을 품은 무대 [No.163]

사진제공 | 오디컴퍼니,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정리 | 안세영 2017-04-28 6,632


오디컴퍼니와 미국의 ‘워크 라이트 프러덕션(Work Light Production)’이 손잡고 제작한 <지킬 앤 하이드> 월드 투어 공연이 지난 3월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번 공연이 기대를 모은 건 브로드웨이 배우의 출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창작진이 참여하지만 기존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과 다른 새로운 무대와 연출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드라큘라>와 <마타하리> 무대로 예그린뮤지컬어워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무대예술상을 휩쓴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2009년 <지킬 앤 하이드> 내한 공연 무대를 디자인하기도 했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그리고 지난 10년간 라이선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데이비드 스완 연출과 한국 창작진은 서로 익숙해져 있던 작품에 대한 기존 관념을 버리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번 프로덕션에 새로운 무대의 역할이 특히나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투어’를 위해서다. 국내 투어는 물론 아시아, 미국으로의 진출을 예정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덕션인 만큼, 어떤 조건의 공연장에서나 단기간에 셋업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디자인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무대가 필요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탄생한 <지킬 앤 하이드>의 새로운 무대는 작품의 키워드인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의 설명과 함께 무대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자.




포털과 쇼 커튼              

공연 시작 전 30분간 무대를 가로막고 관객과 마주하는 ‘포털(Portal)’과 ‘쇼 커튼(Show Curtain)’은 보통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와 정서를 담아 디자인한다. <지킬 앤 하이드>의 격자무늬 포털과 쇼 커튼의 경우, ‘인간 내면에 얽혀 있는 두 가지 욕망(선과 악)’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디자인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미지 사용도 고려해 보았으나, 작품 내부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고 원하는 순간에만 부각될 수 있도록 단순화·상징화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포털’ 세트는 투명하여 빛의 전달력이 높고 무게가 가벼운 소재 ‘아키 라이트’를 가로 세로로 6겹 겹쳐서 제작했다. ‘쇼 커튼’ 세트는 투명한 막에 다양한 명도와 너비의 불투명한 밴드를 10겹 이상 겹쳐서 제작했다. 또한 이 세트들은 작품 안에서 인물의 두 가지 욕망이 충돌하는 순간에 부각되도록 디자인하였다.




상하좌우의 대비 구조              

<지킬 앤 하이드> 안에는 다양한 대비가 존재한다. 지킬과 하이드, 상류층과 하류층, 선과 악 등 두 가지 요소의 대비가 작품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무대는 이 상반된 요소의 대비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1층과 2층,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로 대비를 이루는 지금의 무대는 이처럼 두 요소의 대비가 도드라지는 연출을 가능하게 만든다. 무대 중앙을 기준으로 대칭을 이루는 세트 안에서 지킬일 때와 하이드일 때의 동선이 달라지며, 같은 노래도 상류층 엠마는 2층에서, 하류층 루시는 1층에서 부르는 장면에서 인물 간의 계급 차를 느낄 수 있다. 빅토리안 구조물 뒤편의 벽이 열리면서 숨겨져 있던 세트가 등장하거나 다시 사라질 때에도 무대 안에 표현된 이중성을 포착할 수 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공간             

<지킬 앤 하이드>는 다른 대극장 뮤지컬과 달리 주로 한 명(지킬과 하이드) 혹은 두세 명의 적은 인원으로 장면이 구성되며, 큰 컴퍼니가 등장하는 장면이 적다.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집중해야 할 요소와 인물이 최소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대 위에 단 한 명의 인물만 존재하더라도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극장 공간을 효율성 있게 디자인하는 게 중요했다. 이를 위해 주 무대는 객석과 매우 가깝게 배치되었다. 이 주 무대는 2층의 빅토리안 구조물과 그 구조물 내부에 매립되어 있는 여러 세트를 활용해 숨 쉬듯 넓혀졌다 좁혀지며 다양한 공간을 구성한다. 또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무대가 객석에서 봤을 때 인물이 더욱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든다. ‘포털’ 역시 무대 전체를 집중하기 좋은 사이즈로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지킬의 실험실            

‘This is the Moment’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는 실험실은 지킬 박사만을 위한 연구 공간이다. 이 공간은 현실 세계에서 그를 분리시키는 기능을 하며, 그 분리는 오롯이 그의 연구와 실험(그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져야 했다. 천장까지 약물로 가득 차 있는 높은 선반이 실험실과 외부를 분리시키는 벽의 역할을 하도록 만든 이유도 여기 있다. 이 약물은 지킬이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약물을 만들어내기까지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험을 거듭해 왔음을 말해 준다. ‘This is the Moment’에서 지킬은 그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 찬란하게 다가와 자신의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 거라 기대한다. 그렇기에 이 순간 실험실 선반의 모든 약병이 찬란하게 빛을 내면서(모든 선반에는 전구가 매립되어 있다) 공간을 조여와 그만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희망적일 줄 알았던 실험은 다음 장면에서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 결과로 치닫는다. ‘First Transformation’과 ‘Alive!’에서는 달라진 하이드의 시선을 통해 같은 공간이 순식간에 다른 정서를 띠도록 디자인하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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