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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소설 원작 VS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No.157]

글 |박병성 2016-11-10 5,139


진실은 존재하는가


<씨왓아이워너씨>는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극본, 작사, 작곡까지 도맡아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원작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중 「케샤와 모리토」, 「덤불 속에서」, 「용」을 토대로 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그의 업적을 기려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할 정도로 일본 근대 문학의 토대를 마련한 작가다. 인간 존재에 깃든 에고이즘의 추구라는 근대적인 테마에 집중했던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에서 아쿠타가와 역시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은 주로 단편으로, 뚜렷한 개성과 에고이즘이 강한 자아가 등장한다. 그는 정연한 논리와 합리적인 작법으로 역사물, 종교, 자연주의, 판타지, 사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실험하였다. <씨왓아이워너씨>의 토대가 되었던 세 편의 작품 역시 아쿠타가와의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씨왓아이워너씨>는 「케샤와 모리토」를 1막과 2막을 여는 막간극으로 사용했다. 1막 ‘R쇼몽(R shomon)’은 「덤불 속에서」를 1950년대 뉴욕으로 옮겼고, 2막 ‘영광의 날’은 「용」을 2000년대 초반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각색했다. <씨왓아이워너씨>에 토대가 된 세 편의 소설은 스토리나 스타일은 다르지만 모두 ‘모호한 진실’, ‘진실은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인 테마를 다루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

뮤지컬의 1막과 2막을 여는 「케샤와 모리토」는 케샤와 모리토 두 명의 화자가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모놀로그로 이루어졌다. 케샤는 외간 남자 모리토와 정사를 나눈 후,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낯선 남자에 대한 끌림, 부끄러움, 죄의식 등으로 혼란스럽다. 모리토 역시 한순간의 뜨거운 본능이 식은 후 그녀에게서 멀어지며 이미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는 것을 느낀다. “남편을 죽이자.” 불륜을 저지른 둘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남편을 죽이자”는 말을 뱉는다. 케샤의 기억에 그 이야기는 모리토가 한 말이고, 모리토의 기억은 그 반대다. 케샤나 모리토 아니면 남편 중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상황, 케샤와 모리토가 만난다. <씨왓아이워너씨>의 1막과 2막의 막간극은 ‘케샤와 모리토’라는 노래로 이루어진 한 신이다. 1막 막간극은 케샤의 시선에서, 2막은 모리토의 시선에서 다가간다. 둘은 애증으로 서로를 죽이려 한다.


뮤지컬 1막 ‘R쇼몽(R shomon)’은 소설 「덤불 속에서」을 토대로 한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은 「라쇼몽」과 「덤불 속에서」 두 작품을 결합하여 영화화했는데, 영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제목 ‘R쇼몽(R shomon)’으로 드러난다. 뮤지컬의 배경을 1950년대 뉴욕으로 설정한 것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가 1950년에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소설과 같은 스토리를 취한다. 한 남자의 살인 사건에 대해 강도, 여자, 남자 세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은 각자 자신이 남자를 죽였다고, 또는 자살했다고 주장한다. 소설에서는 사건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1인칭 시점으로 자백을 하는 방식으로 기술되는데, 뮤지컬에서도 같은 방식을 취한다. 소설에서 여자는 미색을 갖춘 평범한 아내인 반면, 뮤지컬에서는 바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로 설정했다. 바에서 여자가 부르는 노래가 작품의 주제를 핵심적으로 담고 있는 ‘See What I Wanna See’이다.


뮤지컬에서는 살인이 일어나기 이전 강도가 일을 도모하는 시점에 이 노래를 부른다. 즉 각자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는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이들의 상황을 비유하고,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주제가 담긴 노래를 부른다.



아저씨와 함께 온 샐리
이 꼰댄 패닉 상태
한 촌뜨기 놈한테 샐리가 눈이 뒤집힌 거야
꼰대 왈 야 정신 차려 눈이 뼜니.
나보다 난 게 뭔데?
……
샐리 왈
내 눈이 보이는 대로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아저씨가 왜 참견이야
꼬우면 집에 가서 제발
좀 좀 좀 좀 좀 자!
……
샐리만 혼자 울고 있었대
촌뜨기 놈 벌써 바람나
딴 여잘 주물러
……
샐리 왈 야! 정신 차려 눈이 뼜니.
나보다 난 게 뭔데?
저 삐쩍 마른 못생긴 년이
대체 뭐가 좋은거야!
촌뜨기 왈
내 눈이 보이는 대로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아저씨가 왜 참견이야
꼬우면 집에 가서 제발
좀 좀 좀 좀 좀 자!
- ‘See What I Wanna See’ 중




2막 ‘영광의 날’은 아쿠타가와의 소설 「용」을 2002년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펼친다. 앞선 두 편의 소설에 비해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작가로서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다. 원작은 한 스님이 사소한 장난으로 “3월 3일 이 연못에 용이 승천할 것이다”는 푯말을 달아둔다. 사람들은 이 소문을 믿기 시작하고 의심은 믿음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마침내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인 그날, 실제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게 된다. 스님도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자신이 써놓은 장난이라고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뮤지컬에서도 한 신부가 “3주 후 호수에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고 써놓으면서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소설에서는 스님이 단순한 장난으로 그 일을 했다면, 뮤지컬에서는 동기가 분명하다. 9·11 테러 이후 신부는 믿음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한다. 그리고 거짓으로 써놓은 문구에 대중들이 흥분하고 믿는 것을 보면서 맘속으로 종교를 조롱한다. 그러나 결말은 달라진다. 소설에서는 모두가 기적을 봤다면, 뮤지컬에서는 흥분한 군중들이 모여들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비에 흩어진다. 그러나 자신이 써놓은 허무맹랑한 일임을 잘 알고 있는 신부는 호수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고 죄 없는 이들이 죽어갈 때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신이 그에게 믿음을 이어갈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신부는 그 이전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전 진실이 된 하나의 거짓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거짓말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죠. 하지만 진실은 오직 저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진실로 전 무얼 해야 하나요?” 뮤지컬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믿음의 허상을 보여주면서 종교에 대한 질문은 거두지 않는다. 거두지 않을 뿐 믿음의 세계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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