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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NER VIEW] <황태자 루돌프> 황태자에게 필요했던 것 [No.135]

글 |누다심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15-01-06 4,555



아버지들은 대체로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어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남자로 키우고자 한다. 아이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려고 애쓰는 엄마와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자녀 양육 방식을 놓고 부부가 갈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버지는 아들을 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대부분은 아들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지 않거나 질책을 일삼는다. 아들이 눈물이라도 보이면 ‘사내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며 울음을 그치라고 말한다. 낙심이나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계집애처럼 징징대지 말라’며 다그친다. 안아주거나 위로해 주면 더 약해지고 여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아들을 강한 남자로 키우기 원하는 아버지도 이 정도인데, 전제주의를 부활시키고자 했던 합스부르크의 요제프 황제라면 오죽하겠는가. 19세기 후반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여차하다가는 황실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요제프는 스스로 강한 황제가 되고자 했다. 자신을 반역하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자신의 업적을 이어받을 유일한 후계자인 자신의 아들, 루돌프 황태자도 강해지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황제는 루돌프의 유모도 빼앗아버렸고, 자신의 아내인 엘리자베트 황후의 잦은 외유도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자유분방한 아내가 아들 곁에서 사라지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황제는 어린 나이의 황태자에게 사관생도들이나 받을 법한 고된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그러면서 황태자의 약한 모습이 보일 때마다 약해빠졌다고 질책했고,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한심하게 살 것이냐고 비난했다. 

아버지가 이렇게 아들을 대할수록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점점 약해져만 갔다. 강해지기는커녕 그 안에 두려움과 무기력이 가득하게 자리 잡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필명으로 신문에 사설을 기고하는 것과 그저 술과 담배, 여자들 사이에서 고통을 잊는 것뿐이었다. 그는 어두움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황태자 루돌프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성장했다. 약했고 여렸다. 중요한 순간 과감하게 결단하지 못했다. 확신도 자신감도 없었고, 치밀하지도 못했다. 

내 안에 숨은 두려움이 날 또 어두움으로 밀어 넣지만
단 한 번의 이 기회를 바보처럼 놓칠 수 없어
이 순간을 평생 후회할까 아니면 용기를 내어볼까

알 수 없는 길 
옳고 그름 모든 게 흔들려 
내 꿈은 뭘까 난 어디로 가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들을 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여러 연구 끝에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아들을 강한 남자로 키우는 요소는 아버지의 남성성이나 강한 훈육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와의 따뜻하고 온화한 관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며 인정과 칭찬을 하는 것이 오히려 아들로 하여금 자신의 문화권에서 원하는 성 역할을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뿐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부부 관계에서 아내가 남편의 여린 모습을 질책하고 비난할수록 오히려 기가 죽는다. 남편의 약한 모습도 인정해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주어야 강한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황태자 루돌프는 지지리 운도 없다. 황태자비 스테파니도 시아버지처럼 그를 향해 비난과 질책만 일삼았으니 말이다.

황태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조건 없는 사랑.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랑. 어떤 역할이나 임무, 직책과 상관없이 황태자는 사랑을 받고 싶었다. 황태자에게 필요했던 사랑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마리 베체라다. 그녀는 황태자를 사랑했다.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과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마리는 루돌프를 사랑했다.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황태자를 대했던 황제와 황태자비와 분명히 달랐다. 

(마리)     지금 너의 품이잖아 난 그거면 됐어
(루돌프)     이 순간이 우리에게 영원
(루돌프&마리)    난 죽을 때 까지 너 하나만 사랑하러 왔나봐 / 너는 내 지친 영혼의 영원한 쉼터
하늘의 별 다 질 때까지 사랑하리 언제나 / 넌 처음부터 날 찾으러 세상에 왔나봐
두려워마 사랑이야 / 불같은 운명 속에 온몸을 던져
앞을 봐 이건 사랑 / 거센 파도를 안고 바다를 향해 달려 / 두려워마 사랑이야



마리의 조건 없는 사랑에 용기를 낸 황태자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황태자다운 결단을 내린다. 바로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헝가리의 독립을 지지하는 서명을 한 것이다. 비록 타페 수상이 심어놓은 스파이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지긴 했어도, 황태자는 분명 약하고 무력한 모습에서 벗어났다.
황태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랑이었다. 비단 황태자 루돌프뿐이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누다심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이.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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