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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글루미데이> 뮤지컬로 옮겨진 ‘사의 찬미’ [No.117]

글 |송준호 2013-07-10 5,364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설움

- 윤심덕 작사, 노래 ‘사의 찬미’ 중

 

1991년 영화로도 제작됐던 ‘사의 찬미’는 듣는 것만으로 우울감과 허무함이 밀려드는 노래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사랑과 비극적인 결말이 묻어나는 곡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1920년대의 낡은 레코딩의 음질은 곡의 애잔한 정서를 더욱 배가시킨다.


지독한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로 가득한 이 노래의 레코딩을 마치고 윤심덕은 연인 김우진과 사랑을 비관하며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고 추정된다).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투신을 목격한 사람도 없는 등 미심쩍은 점이 많았던 이 사건은 당대 최고의 스캔들로 떠올랐다. 특히 김우진은 처자식을 둔 유부남이었고, 윤심덕은 미혼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실종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한 자살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을 외국에서 목격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생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폭발적인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후 ‘사의 찬미’가 수록된 레코드는 1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전통과 현대의 가치가 공존했던 과도기, 그 격랑에 휘말렸던 두 남녀의 운명. 불행했지만 동시에 미스터리했던 이 사건은 이후로도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으로 다시 태어나곤 했다.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김우진과 윤심덕의 투신이 단순히 불륜에 의한 선택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재해석됐던 작품들이 주로 두 인물 간의 감정 표현에만 집중했다면, 뮤지컬은 그들이 처했던 시대와 사회적 배경을 끌어와 상상력을 가미시켰다. 이야기는 1926년 8월 4일,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 사이를 운항하던 관부연락선 ‘덕수환’에 탄 김우진과 윤심덕을 두 축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뮤지컬은 두 사람 외에 제3의 인물인 ‘사내’를 등장시켜 이들의 죽음에 직접 연결시킨다. 김우진과 윤심덕 사이에 들어온 이 미스터리한 남자는 두 사람 사이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며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다. 사내의 존재감에 현혹돼 불행한 결말로 향해 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추정으로 마무리됐던 역사적 사실을 흥미롭게 연장시킨다. 그 결과 식민지 시대의 불륜 지식인 커플 정도로만 여겨졌던 두 사람은 더 공감 가능한 인물로 재해석된다.

세 캐릭터는 모두 더블 캐스팅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0년 <헤드윅>에 출연했던 배우 윤희석이 김우진 역으로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해 극을 이끈다. 다른 한 명의 김우진은 <빨래>의 김경수가 낙점됐다. 윤심덕 역은 안유진과 곽선영이 나눠 맡았다. 사건의 의문을 풀어갈 열쇠를 쥐고 있는 신원 미상의 남자에는 정민과 이규형이 나선다.

 

6월 5일~23일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 02) 766-7667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7호 2013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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