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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통속적이지만 본질적인 엄마 이야기 [No.92]

글 |이민선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2011-05-25 5,087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11월에 출간되어 10개월 만에 1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 2010년에는 동명의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활자에 움직임과 음악을 더한 뮤지컬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에서 번역된 이 소설이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베스트셀러 집계 결과에서 21위를 거두어, 한국형 엄마 소설이 바다 건너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에 힘입어 공연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소설의 문장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세밀한 감정과 관조적인 시선은 무대를 통과하며 흐릿해질지 모르겠으나, 원작이 갖고 있는 통속적이지만 보편적인, 가족 관계에서 비롯되는 정서는 그 빛을 유지할 것이다.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된다. 그렇다, 이 작품에서 엄마는 실종되었다. 일흔이 되도록 평생을 시골에서 살았던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아들네를 찾아가려다 서울역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늘 그렇듯이 혼자 저만치 앞서 걸어가던 아버지는 엄마를 챙기지 못했다.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엄마는 심한 두통을 앓으며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잃고 나서야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일주일 전 실종되기도 전에 이미 오래전부터 잊고 있었던 엄마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고 전단지를 뿌리면서, 그제야 기억 저 아래에 묻혀 있던 엄마의 모습들을 꺼내어본다. 문화계 곳곳에서 소재로 삼았던 ‘엄마 시리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엄마를 통해 모성애를 보여주는 데서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음을 상기시키며 그녀 또한 꿈이 있고 사랑을 알았던 한 소녀이고 여자였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억척스럽게 시골집을 지키는 노모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소설은 네 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큰딸과 큰아들, 그리고 아버지 등 엄마를 기억하는 주체가 다르다. 성기게 이어지는 현실의 시간적 흐름 속에 가족들의 기억이 각각 다른 장에 나뉘어 있다. 뮤지컬에서는 엄마를 찾고 있는 가족들의 기억을 적절히 섞었다. 1막에서 아들과 막내딸이, 2막에서 딸과 남편이 주축이 되어 과거의 엄마를 무대 위로 불러들인다. 엄마를 추억하는 에피소드의 나열은 극의 전개를 파편화시킬 우려가 있지만, 다른 가족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각자의 기억 퍼즐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슬픈 것은 관객뿐만 아니라 극 중 가족들조차도 그제야 엄마에 대해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등장인물의 행동반경은 서울 곳곳과 고향집 정도, 화려한 배경이 있을 만한 작품이 아니다. 구태환 연출은 현실과 이질감을 줄 수 있는 영상 이미지와 사실적인 세트 사용을 배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 기법이 많이 활용되고, 기억 속 시공간이 제각각인 터라 사실적인 세트로 공간을 표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조명, 음악의 도움으로 어렵잖게 시공간을 상상할 수 있도록 상징적이고 이미지화된 무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를 부탁해>의 음악은 스타 작곡가 김형석이 맡아 관심을 얻고 있다. 대중들에게 친숙하며,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제작진은 시종일관 귀를 간질이는 대신, 적재적소에 필요한 곡을 배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원작 소설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대화체의 뮤지컬 넘버와 등장인물들의 속내가 드러나는 독백형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

 

엄마를 소재로 한 연극 <친정엄마>와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연출한 구태환이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엄마 이야기로 묵직한 감동을 전하려 한다. 연극과 뮤지컬, 마당놀이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보여준 김성녀가 엄마 역을, 차지연과 이계창, 김경선이 아들과 딸로 분해 절절하고 애틋한 감정을 객석에 전달할 것이다. 일 년 중 가족에 대한 마음이 가장 부산해지는 5월에 보기 좋은 작품으로 인기를 얻을 듯하다.

 

 

 5월 5일 ~ 6월 19일 / 충무아트홀 대극장 / 02) 577-1987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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